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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트는 가르쳐주지 않는 감정의 곡선

감정의 곡선

by 이쁜이 아빠

캔들 위엔

파란 선과 빨간 선이 줄을 잇고, 화면엔 숫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어느 날은 +5%, 어느 날은 –7%. 차트는 늘 우리에게 말한다.

"이게 흐름이고, 이게 방향이다."


하지만…

차트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제 –2% 손절하고 나왔던 그 종목이 오늘 +8%로 날아오를 때, 내 가슴 속에 불붙는 후회와 아쉬움을 차트는 읽지 못한다.


처음 매수할 땐 설레는 마음이었다. “이 종목은 최소 20%는 가겠다.” 그런 확신 속에 눌렀던 ‘매수’ 버튼.


그러나 주가는 +1.5%에 멈춰버리고 화면 속 숫자는 고요한데, 내 눈과 손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 순간, 차트는 아무 말이 없지만, 내 마음의 곡선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뉴스 한 줄에 주가는 흔들리고, 내 심장은 그보다 먼저 흔들린다. 거래량이 늘면 기대가 커지고, 거래량이 줄면 불안도 깊어진다.


“오늘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지금 들어가면 늦은 걸까?” “왜 나는 항상 한 발 늦을까…”


그 질문들은 RSI도, MACD도 절대 대답해주지 않는다.


주식 차트 속에 숨겨진 수치는 많지만, 그중 가장 내 감정에 가까운 건 RSI다. 이 수치는 말해준다. "지금은 너무 올랐어. 흥분이 과했어." "지금은 너무 떨어졌어. 다들 지쳐 있어."


70을 넘으면 시장도, 사람도 숨이 가쁘고 30을 밑돌면 묵직한 침묵 속에서 누군가는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나는 내 감정의 RSI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손끝은 흔들려도, 마음만은 과열되지 않기를 바라며.


MACD는 변화의 순간을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다. 겉으론 고요한 차트에도, 그 안에서 두 선은 움직인다.


짧은 시간의 평균이 긴 시간의 흐름을 뚫고 올라올 때, 조용히 신호는 울린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야.”


그건 단지 수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오며 느껴온 작은 변화의 기미, 직관, 예감 같은 것이다.


MACD가 골든크로스를 그릴 때, 나는 내 삶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 것처럼 조용히 마우스를 잡는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반응하고, 데이터가 아닌 직관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차트는 정보일 뿐이다. 결국 매수·매도의 순간을 결정하는 건 내 안의 감정 곡선이다.


그 곡선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오직 나만이 걸을 수 있다.


나는 이제 안다. 주식의 진짜 기술은 차트에 있지 않다. 수익보다 더 중요한 건 내 감정을 지키는 기술,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나는 파란색 봉과 빨간색 선 사이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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