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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좌는 마이너스지만,나는 살아 있다

수익율 -32%

by 이쁜이 아빠

누군가 내게 물었다. “지금 주식 계좌는 어때요?”

나는 잠시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32%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안쓰러움과 걱정, 약간의 연민까지 뒤섞인 표정들. 그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아니야, 당신들이 모르는 게 있어.’

맞다. 지금 내 계좌는 마이너스다. 정년 퇴직 후, 약간 큰 돈을 투자했다. 처음엔 용돈벌이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장은 내 계획과 달랐다.

2차전지, AI, 반도체, 뉴스가 나오면 사들였고, 급등하면 올라탔다. 그리고 떨어졌다.

–8%, –12%, –25%… 가끔은 +5% 수익을 낸 날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 내 계좌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손절은 상처였고, 지금은 그 상처들이 흉터가 되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흉터는 고통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건 증명이다. 내가 도전했고, 배웠고,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어떤 친구는 정년 뒤 여행만 다닌다. 또 어떤 이는 귀촌해 텃밭을 가꾼다. 나도 부럽다. 하지만 난 매일 아침, 시장의 온도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날의 테마, 거래량, 시가총액, 체결강도… 남들은 지나치는 숫자 속에서 나는 다시 열정을 느낀다.

“아직도 내 안엔 불이 살아 있구나.”


사람들은 묻는다. “이 나이에 무슨 주식이야?”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한다. “이 나이에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주식은 단지 수익의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실수를 분석하고, 오늘의 기회를 준비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그건 마치, 제2의 직장생활과도 같다. 상사는 없지만, 시장이라는 냉정한 보스가 있고, 성과급은 없지만, 스스로를 칭찬하는 날도 있다.


▪︎지금 나의 통장은 마이너스지만, 나는 하루하루 성장 중이다.
▪︎지금 나의 수익률은 붉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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