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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단타는 내 두번째 인생이다

차트 위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by 이쁜이 아빠


시계를 보면

지금은 오전 8시 30분. 하지만 내 하루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전날 미국장의 마감, 그날 아침의 뉴스 흐름, 장전 거래대금, 체결강도, 그리고 조용히 깨어나는 테마주들.

이제는 누가 나를 은퇴자라 부르면 조용히 웃는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이다.

그 직장은 ‘시장’이고, 출근 도장은 ‘호가창’이다.


정년 퇴직을 했을 때, 친구들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이제 좀 쉬어.” “주식? 그거 돈 버는 사람 거의 없더라.” “그 나이에 왜 그렇게 긴장하고 살아?”

하지만 그 말들이 나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증거는 '긴장감'에 있다.

내 손끝은 오늘도 차트를 누빈다. 5분봉, 20일선, RSI, MACD... 수많은 기술들이 마치 전직 금융맨처럼 익숙하게 흐른다.

단타는 단순한 매매가 아니다. 그건 마치 "전투"다. 눈치, 타이밍, 직감, 분석력,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다스리는 힘.

나는 이곳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상사는 없다. 사무실도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판단과 철저한 기록이 필요하다.

어느 날은 이른 아침부터 상승 출발한 종목이 10시 전에 무너져내린다. 체결강도 200%가 순식간에 30%로 무너지고, '그린봉'이 '장대음봉'이 된다.

“또 속았네…” “오늘도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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