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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업급여와 붉은 갠들 사이

매일 오늘 같으면....

by 이쁜이 아빠

매달 15일,
휴대폰 알림이 조용히 울린다.
『고용노동부 실업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나는 그 알림을 보며 가볍게 웃는다.
"그래, 오늘은 배당받은 날이지."

하지만 알림 옆에 떠오른 또 하나의 창.
『보유 종목 A, –6.2% 하락』

이건 배당이 아니라… 벌칙 같았다.
붉은 캔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실업급여보다 더 큰 무게감이 어깨 위에 얹힌다.

정년퇴직 후,
마음 한편엔 늘 ‘쓸모 있는 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좀 쉬어요.”
하지만 나는 안다.

쉬는 것도, 돈이 있어야 쉬지.
그리고... 멈추는 건 아직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다시 모니터를 켠다.
출근버튼은 ‘로그인’,
책상 위의 사원증은 ‘계좌번호’다.

주식을 하다 보면,
수익률보다 더 아픈 건 ‘무시받는 감정’이다.

“에이~ 그 나이에 주식?”
“전문가도 수익 못 내는 걸 뭘 믿고?”
“실업급여받는 분이 투자는 무슨...”

하지만 그 말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왜냐고?
나는 매일 장이 열리기 전, 스스로에게 출근 사유서를 쓰기 때문이다.

▪︎ 오늘의 전략은 무엇인지,
▪︎어떤 종목에 집중할 것인지,
▪︎ 언제 손절하고 언제 쉴지,

이 모든 결정을 나 자신이 책임진다.

한 달 179만 원의 실업급여.
그건 생계의 일부지만,
나에겐 ‘존재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루의 수익.
작지만 15만 원, 20만 원.
그건 내 ‘의미의 증명’이다.

하루에 5% 수익이 났을 땐,
실업급여와 나란히 설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힘이다.
그건 돈보다 더한 희열이다.

오늘은 대박이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왜냐하면,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쓸모 있고,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붉은 캔들은 뜨겁다.
하지만 그 열기 속에 나는 내 감정을 던진다.


때론 손절당한다.
하지만 매일 다시 출근한다.

실업급여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내가 다시 날 수 있는 바닥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차트를 펼치고, 감정을 조율하고, 인생을 다시 디자인한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다.
“정말 주식으로 먹고살 수 있어요?”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다음 날의 종목을 메모장에 적었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실업급여와 붉은 캔들 사이’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살아가는 중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시장에 출근한다.

나를 위한 사직서도 없고, 은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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