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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8 짜로 시작해 볼까!

저는 84학번입니다

by 이쁜이 아빠

3년 전 즈음이었다.

나는 로드 자전거를 13년 이상 타온, 말하자면 ‘찐 자덕’이다.
땀 흘리며 페달을 밟고, 길 위에서 바람과 친구가 되며, 고요한 아침을 깨우던 시간들.

그건 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루하루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평화롭고 활기찬 자전거 모임에 나갔다.
한 동호회 회원이 다가와 말했다.
"형님, 이번 주말 양수리 같이 가시죠?"
"콜~~!"
나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양수리는 우리 자덕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었다.

주말, 라이딩 당일.
그날도 늘 하듯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시작됐다.
아침의 쌀쌀한 공기 속에서도 그 순간은 늘 따뜻했다.

“저는 86년생입니다~ 풍풍이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84년생입니다. 안녕하세요!”
“90년생입니다~”
“저는 88년생입니다.”

인사하는 동안 나는 갑자기 ‘몸에서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이건... 세대차이라는 바람인가?
어떻게 인사해야 하나 순간 고민에 빠졌다.
‘나도 8 짜로 시작해 볼까?’

그리곤 나는 용기 있게 말했다.
“84학번입니다. 000입니다.”

...순간 정적.
그리고 조심스레 터져 나오는 멘트.
“어... 혹시... 아버님이신가요?”

내 머릿속에서 ‘딩~동’하고 무언가가 울렸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웃어야 할지, 민망해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날 나는 확실히 느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숫자는 숫자 나름의 울림이 있다는 것.
라이딩은 체력이지만, 동호회는 관계다.
그리고 세대 차이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재다.

그 후로도 나는 그들과 자전거를 탔고,
나는 그들의 아버지가 아닌,
그날 양수리에서 출발해 동부 5고개를 함께 넘은 ‘라이딩 동료’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84학번이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내 자전거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팔팔하게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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