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공주가 2명 있다.
우리 집엔 공주가 2명 있다..
SNS를 열면 "우리 공주 생일이에요", "우리 공주가 아팠어요", "공주님 오늘 기분이 안 좋아요"… 누군가를 이렇게 부르는 말들이 넘쳐난다.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대부분 딸 이야기, 아내 이야기, 심지어 반려견 이야기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딸은 당연히 공주다. 이유도 없다. 그냥 태어날 때부터 공주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주님, 오늘 학교는 어떠셨사옵니까?”라고라도 해줘야 한다.
가끔은 내가 왕인지 집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 웃긴 건 우리 집사람. 아내는 스스로를 “ㅇㅇ 공주”라 칭한다.
“나는 원래 공주였어. 지금은… 그냥 나이 든 공주일 뿐이야.”
그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예, 폐하…” 하고 답하게 된다.
공주보다 높으신 분 같다.
한 번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품에 안고 계셨다.
“공주야~ 낯선 아저씨 무서워하지 마.”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 저 공주님, 실례했습니다.”
그 강아지가 날 슬쩍 째려보는 듯했다.
그날 이후, 난 동네에서 공주에게 허락받은 주민이 되었다.
공주는 이제 신분이 아니라 호칭이다. 나이도 상관없고, 종도 상관없다. 인간이든, 강아지든, 고양이든… 사랑받는 존재는 다 공주다.
그 안엔 “너는 특별해”, “너는 예뻐”, “내가 널 아껴”라는 말이 다 들어 있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우리 집 공주들은 내가 돈 벌어다 주는 왕이 아니라, 아침마다 지갑 찾아 헤매는 신하였다는 걸.
하지만 좋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웃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아직 마음속에 궁궐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뜻 아닐까.
가끔은 생각한다. 나도 어디선가 “왕자님”이라 불러주는 사람 하나쯤 있었으면…
아니다. 그랬다간 아내 공주께서 왕국을 날려버리실지 모르니까,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들고, 주식창을 바라보면서...
의미 없는 말로..
“공주님들, 오늘도 행복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