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직장생활은 늘 속도와의 싸움이었다.
업무는 쌓이고, 문제는 예고 없이 터지며,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늘 ‘지금’이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모든 일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판단이 즉시 내려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32년의 직장생활 중 15년을 책임자의 자리에서 보내며,
나는 수없이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지금은 잠시 멈춰야 할 때”라는 직감이 나를 이끌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감정이 섞일수록,
서두른 판단은 오히려 더 큰 실수를 만들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문제와 거리를 두고, 시간을 벌며, 상황을 정제하는 여유를 가졌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는 말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은 ‘성급한 결정보다, 숙성된 판단을 하라’는 의미다.
리더의 자리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보는 자리다.
누군가는 단숨에 결정을 내리는 것을 용기로 여기겠지만,
때로는 잠시 유보하는 것이 더 큰 용기일 때도 있다.
한 번의 심호흡이,
한 잔의 커피가,
한 밤의 숙고가,
조직의 균형을 지켜낸 적이 수없이 많았다.
이제는 나도 알고 있다.
책임자의 진짜 역량은 ‘결정의 속도’가 아니라,
‘판단의 깊이’에서 온다는 것을.
오늘도 어딘가에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이 말을 건넨다.
“지금은 잠깐, 멈춰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