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위의 시계는 거꾸로 흐른다
시계를 보면 지금은 오전 8시 30분.
하지만 내 하루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전날 미국장의 마감,
그날 아침의 뉴스 흐름,
장전 거래대금, 체결강도,
그리고 조용히 깨어나는 테마주들.
이제는 누가 나를 은퇴자라 부르면
조용히 웃는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이다.
그 직장은 ‘시장’이고,
출근 도장은 ‘호가창’이다.
정년 퇴직을 했을 때,
친구들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이제 좀 쉬어.”
“주식? 그거 돈 버는 사람 거의 없더라.”
“그 나이에 왜 그렇게 긴장하고 살아?”
하지만 그 말들이 나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증거는 '긴장감'에 있다.
내 손끝은 오늘도 차트를 누빈다.
5분봉, 20일선, RSI, MACD...
수많은 기술들이 마치 전직 금융맨처럼 익숙하게 흐른다.
단타는 단순한 매매가 아니다.
그건 마치 "전투"다.
눈치, 타이밍, 직감, 분석력,
그리고 무엇보다 감정을 다스리는 힘.
나는 이곳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상사는 없다. 사무실도 없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판단과 철저한 기록이 필요하다.
어느 날은 이른 아침부터 상승 출발한 종목이
10시 전에 무너져내린다.
체결강도 200%가 순식간에 30%로 무너지고,
'그린봉'이 '장대음봉'이 된다.
“또 속았네…”
“오늘도 패했다.”
그럴 땐 속상하다. 사람이다 보니.
하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는다.
나는 이 싸움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차트는 숫자일 뿐이야.”
맞다, 차트는 숫자다.
그러나 그 숫자 속엔 내가 살아온 시간과,
오늘 하루의 감정이 다 담겨 있다.
10시 15분, 매도.
10시 47분, 재진입.
11시 22분, 탈출 실패.
그리고 오후 3시 30분.
시장이 닫히고, 나는 다시 ‘복기’라는 업무에 들어간다.
그건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오늘도 스스로의 팀장이 되어, 나를 평가한다.
▪︎ 내 단타는 감정의 훈련장이자,
▪︎내 두 번째 직장이며,
▪︎ 지금도 거꾸로 흐르는 시계 속에서
‘과거의 나’를 갱신하는 과정이다.
정년퇴직이 끝이 아니었다.
나는 매일 출근한다.
내 자리엔 차트가 있고,
내 동료는 RSI와 체결강도이며,
내 성과는 나의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은퇴 후 골프를 치고 있고,
나는 오전장 체결강도를 분석하며,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차트 위의 시계는, 오늘도 거꾸로 흐르고 있다.
“단타는 나를 젊게 만든다. 매매는 내 두 번째 업무 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