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용실도 나만의 추억이 된다..
어제는 미용실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에
앱으로 원하는 시간대를 고르고, 디자이너 이름도 선택할 수 있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는 일.
이제는 익숙하지만, 우리 세대에겐 참 낯선 변화였다.
우리가 젊었던 시절, ‘미용실’은 여성들의 공간이었고
남자들은 자연스레 이발소로 향했다.
파란색, 하얀색, 빨간색이 돌아가던 회전등 아래,
석유 냄새가 은근히 배어 있는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쳐 들고 바리깡 소리를 들으며 머리를 밀었다.
그곳엔 “윤봉길 의사의 애국정신을 본받자” 같은 문구가 걸려 있었고,
텔레비전은 늘 뉴스를 틀고 있었다.
그게 아버지의 단정 함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모습이 내게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흰머리를 가리기 위해 염색을 하고,
앞머리 라인을 신경 쓰고,
아이들이 다니는 미용실 문 앞에 멈춰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젊은 미용사 앞에 앉아
“그냥 깔끔하게요.”
말을 흐리는 내 목소리는
어쩌면 ‘나이 듦’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아들 녀석이 내게 말했다.
“아빠, 그냥 미용실 가요.
요즘은 남자도 스타일 중요해요.”
그 한마디에 용기를 냈다.
처음으로 예약이라는 걸 해봤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미용실이 아닌 헤어숍이라는 공간에 앉아 내 모습을 거울 속에서 마주했다.
어색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의 얼굴이 그 안에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발소에서 미용실로 그리고 지금은 헤어숍으로
주춤에서 예약으로,
‘옛날 방식’에서 ‘지금의 나’로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가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나도 스마트폰을 열어
날짜를 고르고, 익숙한 헤어 선생님을 예약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나에게 거의 60일 만에 오셨셔요.라고 하면
나는 백수가 하는 일 없이 바빠서 늦었습니다.
지금은 미용실에서 가끔 농담도 한다....
그렇게 미용실 앞에서 망설이고
어색하게 서 있던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갔나?
이제는 미용실도 나만의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