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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홋카이도에서

내 인생의 진짜 힘은 늘 이 사람의 손에서

by 이쁜이 아빠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는 오늘도 클럽을 잡았다.

홋카이도에 도착한 지 벌써 사흘째.
환갑을 맞아 떠나온 이번 여행은 내게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 같은 시간이다.
무엇보다 집사람이 곁에 있기에, 그 의미는 더 각별하다.

제주항공 창가에 앉아 내려다본 구름바다는 끝이 없었다.



그 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긴 세월 직장에 매달려 살았지만, 결국 나의 인생을 지탱해 준 건 언제나 가족, 특히 내 옆을 묵묵히 지켜준 집사람이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이 단순히 ‘환갑 기념’이 아니라, 내게는 아내의 사랑과 헌신에 대한 감사의 자리이기도 했다.

골프장에 서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한국의 무더운 여름과는 다른 투명한 공기,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 클럽을 휘두르는 순간, 공은 기대만큼 곧게 나아가지 않았지만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느끼는 것

홀을 옮기며 잠시 쉬던 중 집사람이 내게 차가운 음료를 건넸다.
스타워즈 한정판 코카콜라 캔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였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 인생의 진짜 힘은 늘 이 사람의 손에서 흘러들어왔다.”
32년간 직장 생활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집사람의 믿음과 내조 덕분이었다.


무심코 손목을 바라보니, 환갑을 기념하며 아들, 딸이 장만해 준 고가의 가민 피닉스 8이 반짝였다.
건강하세요....

와~~ 너무 멋있는 시계다.... 고마워...

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찐 젊은 시계이다...

골프코스와 심박수 그리고 걸음을 기록하는 시계지만, 내 마음속 진짜 기록은 따로 있었다.

옆에서 함께 웃어주고, 이번 여행의 즐거운 책임져 준 집사람과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환갑은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직장에서의 세월을 내려놓고, 이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특히,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집사람에게 더 많이 고마워하고, 더 많이 웃게 해줘야 한다고.

“환갑은 쉼표가 아니라 느낌표다.”
이제 남은 날들은, 아내와 함께 써 내려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 것이다.

스코어카드는 오래 기억되지 않겠지만, 이 날의 하늘빛과 바람, 그리고 집사람과 나눈 웃음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내게 분명히 속삭였다.

“당신의 인생은 아직도 빛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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