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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사람의 눈물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by 이쁜이 아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적어도 겉으로는.

1986년, 나는 군대줄을 잘못 서서 그런가?.
그저 그런 부대에 입대했다.
북한 특수부대가 훈련받는 것과 똑같은 강도로
나는 25kg 군장을 메고 48km를 7시간 반 만에 달렸고,
24km를 3시간 30분 만에 걸었고,

25kg 군장을 메고 10km을 55분에 뛰어다녔다... 그리고
6박 7일 동안 400km를 걸었으며,
붉은 벽돌 격파를 실패한 동료들이 손목뼈가 부러지는 걸 보고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 후로도
인생에서 무너질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참았고, 버텼고, 그냥 살아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다르다.
부모를 향한 애증,
어머니의 흐느낌,
약간의 치매 아버지의 끝없는 훈계와 지배 속에서
내 마음 어딘가가 부서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눈물은 나오지 않는데
가슴속은 젖는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고통이
그냥 조용히, 묵직하게 안으로 스며든다.

오늘, 나는 아버지에게 복숭아 한 상자를 들고 갔다.
50분간의 훈계,
무릎 꿇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아온 핀잔,
그리고
“너는 나를 우롱하러 온 것이다”라는 마지막 말.

나는 말없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
30년 된 위스키를 꺼냈다.
참치 한 팩 마트에서 사들고,
잔에 얼음을 넣고
천천히 따르고, 마셨다.

그리고 알았다.
이 한 잔은 술이 아니라
나에게 보내는 위로라는 것을.

군대에서도 울지 않았고,
삶에서도 울지 않았던 내가,
오늘은 가슴속으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나를
오늘만은 나 스스로 안아주기로 했다.

내가 구순에 아버지 보다 너무 오래 살았나!?
참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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