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을 달리며

강물 위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어제 저녁, 한강변을 달리던 나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늘은 붉고 노랗게 물들며 하루를 천천히 내려놓고 있었다.
강물은 그 빛을 고요히 품고 있었고,
바람은 늦여름의 온기를 품은 채 내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러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버님의 건강에 대한 걱정,
곧 다가올 딸아이의 결혼식,
그리고 내 스스로의 삶에 대한 복잡한 마음까지….

마치 강물 위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노을은 조용히 말해주었다.
“괜찮다,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 살아왔다.”
그 말을 들은 듯, 마음속 무거움이 조금씩 풀려갔다.
강물 위에 비친 황금빛처럼,

내 마음도 조금씩 따뜻해졌다.

노을은 하루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빛을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다.

강물 위에 남아 있는 마지막 빛줄기처럼
나 또한 오늘의 나를 천천히 내려놓고,
내일의 나를 조심스레 맞이할 준비를 한다.

잠시 멈춰 선 그 자리에서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전거 바퀴 소리,
강물 위를 스치는 바람,

그리고 발끝에 스며드는 흙냄새까지…
모든 것이 나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마치 세상이 나를 조용히 안아주는 듯한 평안함이었다.

나는 다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강물처럼 흐르고, 노을처럼 빛나며,
내 마음도 그렇게 조금씩 흘러가기를 바라며.
언젠가 오늘의 이 순간도 내 인생의 따뜻한 한 장면으로 남기를,
그리고 그 기억이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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