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르세유를 떠나 첫 본격 라이딩[4]

by 이쁜이 아빠

새벽 5시 30분.

아직 해가 뜨기 전의 공기는 서늘했고, 동료들의 준비된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함께 묻어 있었다.


오늘은 드디어 마르세유를 떠나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하는 첫 날, 80km가 넘는 본격적인 라이딩 일정이었다.

아침 햇살이 서서히 퍼지자, 길은 초록빛 터널로 변했다. 하늘 높이 솟은 가로수들이 도로 위로 그늘을 드리워주며 우리를 안내했다.

바퀴가 돌 때마다 나무 그림자가 끊임없이 흘러가고, 그 리듬에 맞춰 심장도 천천히 안정되었다.


한참 달리다 만난 작은 마을 골목은 고즈넉했다. 오래된 벽돌집과 파스텔톤 셔터가 달린 창문들이 늘어선 골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페달을 멈추고 잠시 걸어 들어가니,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조용히 배어 있었다.

저녁은 지방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식사였다. 감자와 고기,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지방 특유의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다.


땀에 젖은 몸에 들어온 한 숟갈의 음식은 그 어떤 잔치보다 값진 보상이었다. 동료들과 눈빛을 나누며 “살았다”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식사 후에는 잠시 숙소에서 빨래를 하고, 땀이 빠진 옷을 바람에 널어두었다. 여행길의 세탁은 번거로움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다.


햇살에 바짝 마른 옷은 내일 다시 나를 길 위로 불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성곽을 찾아 나섰다. 석양빛이 드리운 강가 위 성벽은 장엄하면서도 고요했다.

오렌지빛 하늘 아래, 성곽 위에 앉아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다리의 피로마저도 감사로 바뀌었다.


‘이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내 인생의 또 다른 장’이라는 생각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오늘의 기록은 82.84km, 406m 상승, 4시간 11분. 숫자보다 값진 것은 하루가 남긴 이야기와 풍경들이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매일의 길이 나의 문장이 된다. 오늘은 첫 문장, 내일은 그 다음 문장으로.”


# 유럽자전거여행 #자전거 산티아고 순례길 # 유럽자전거여행 #퇴직후 주식#여행자

keyword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