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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인근 연습 라이딩[3]

by 이쁜이 아빠

3일차, 마르세유 인근 연습 라이딩

이틀간의 적응을 마친 뒤, 드디어 자전거 위에 올랐다. 오늘은 본격적인 여정을 앞둔 연습 라이딩, 마르세유 인근을 도는 68km 코스였다.

파란 하늘 아래 일렬로 늘어선 행렬이 출발하자, 바퀴는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었지만, 지중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더위 대신 설렘을 불어넣었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첫 페달은 생각보다 가볍게 앞으로 나아갔다.

도로 옆으로는 작은 마을이 이어졌다. 회색빛 석조 건물과 붉은 지붕, 그리고 그 가운데 하늘로 뻗은 종탑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길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쌓여온 자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풍경 속을 지나가며 나는 ‘여행자가 아닌 이 길의 일부’가 된 듯했다.

라이딩 기록계에 찍힌 수치는 68.76km, 상승 고도는 651m. 평속은 17.2km/h에 불과했지만, 몸과 마음을 깨우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릴 때마다, 그만큼 나 자신이 이 땅 위에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짧은 휴식을 하던 마을 광장에서는 현지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었고, 노인은 벤치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따뜻한 환영을 받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앞으로 한 달간 이어질 여정의 서막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기록을 확인하며,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오늘의 68km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 첫 페달이 앞으로의 1,600km를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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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