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길은 나를 앞으로 이끌었다.
새벽 공기는 아직 서늘했고, 동쪽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도시의 골목은 고요했지만, 내 심장은 이미 하루를 향해 힘차게 뛰고 있었다.
검은 라이딩 져지를 챙겨 입고, 물통과 헬멧을 손에 쥐는 순간, 오늘도 또 다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에 묘한 설렘이 밀려왔다.
아침 6시 반, 우리는 마르세유를 뒤로하고 서쪽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햇살은 등을 밀어주듯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렸고, 긴 행렬로 이어진 동료들의 그림자는 마치 하나의 강처럼 도로 위를 흘러갔다.
새벽의 공기는 맑았고, 나무와 들판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황금빛으로 길을 물들였다.
도시를 빠져나와 넓게 펼쳐진 길 위를 달리자, 바람은 더없이 자유롭게 불어왔다.
어느새 강가를 스치는 순간, 저 멀리 중세의 성곽이 아침 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위에 비친 하늘빛과 성의 실루엣은, 마치 오래된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87km. 네 시간 반을 달려 얻은 숫자였지만, 단순한 거리나 속도가 아니었다.
오늘의 기록은 흘린 땀방울이었고, 또다른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
바람을 가르며 달린 순간순간이 나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예행연습처럼 느껴졌다.
점심 무렵, 항구 마을에 도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안도했다.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푸른 수로와 배들의 정박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 같았다.
땀에 젖은 옷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고, 마음은 가벼웠다.
오늘도 길은 나를 앞으로 이끌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서쪽을 향해. 내일은 또 어떤 풍경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