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케르에서 쎄트까지, 지중해 바람을 향해[
아침 6시 반,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보케르의 거리는 이미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론 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하게 뺨을 스쳤고, 강물 위에는 여명과 안개가 얇은 막처럼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오늘의 긴 라이딩은 시작됐다.
길은 점차 강을 떠나 남쪽으로 뻗어 나갔다. 몽펠리에(Montpellier) 인근을 스쳐 지나며, 도시의 활기를 멀리 두고 우리는 바다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태양은 머리 위로 높이 솟았고, 지중해의 냄새가 서서히 공기 속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정오 무렵,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 펼쳐졌다. 한쪽에는 바다, 한쪽에는 얕은 석호와 습지가 드넓게 이어졌고, 그 사이 좁은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했다.
푸른 하늘과 물빛이 맞닿아 경계가 사라지고, 바람은 염도를 가득 머금어 입술에 짠맛을 남겼다.
페달을 밟는 순간마다, ‘아, 지금 나는 지중해 위를 달리고 있구나’ 하는 벅찬 감정이 가슴 깊이 밀려왔다.
오후 늦게 도착한 **쎄트(Sète)**는 작은 항구 도시답게 운하와 바다가 맞닿아 있었다. 하얀 요트와 낚싯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은 햇살에 반짝이며 지중해 특유의 여유를 뽐냈다.
도시에 들어서자, 바닷바람과 요리 냄새가 뒤섞여 허기를 자극했다.
저녁은 현지 식당 La Table de Laura에서 즐겼다. 접시에 담긴 고기는 바삭하면서도 촉촉했고, 곁들여 나온 와인은 오늘의 여정을 축복하듯 향긋했다.
긴 라이딩 끝에 맞이한 한 끼의 식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보상처럼 느껴졌다.
해가 기울자, 쎄트의 항구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수평선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 운하의 물결에 반사되어 흔들렸고, 작은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사람들은 강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거나, 그저 노을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 또한 자전거를 세워 두고, 한참 동안 그 장면 속에 몸을 맡겼다.
82km가 넘는 길을 달려온 오늘 하루, 수치로는 단순한 기록이었지만, 내 마음에는 ‘지중해 감성’이라는 한 줄로 남았다. 바람과 노을, 그리고 함께 웃던 얼굴들이 쎄트의 저녁빛처럼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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