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전거여행 30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야곱을 만나다.

by 이쁜이 아빠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작된 나의 여정은
수천 번의 페달질과 끝없는 오르막,
수많은 도시의 바람 냄새를 지나
마침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 입성했다.

성당 앞에 서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여기에 온 걸까?’

아마 퇴사 후
삶의 다음 장을 열기 위해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삼십 년 넘게 달려온 직장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새로운 인생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

그 답을 책에서도, 사람에게서도 찾지 못해
결국 나는 길 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이 광장에서 깨달았다.

길이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 흔들리고 버티는 동안
내 안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금빛으로 물든 제단과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숨을 멎게 만들 만큼 화려했다.
그리고 그 깊숙한 곳,
순례길의 주인공인 야곱의 무덤 앞에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수많은 순례자가 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겠지.
그러나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사연과 마음의 무게가 있었을 것이다.

그 앞에 서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숙연해졌다.
오랜 시간 나를 버티게 하던 것들,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것들,
어딘가 마주할 용기가 없던 감정들까지
전부 무덤 앞에서 고요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례길에서 제일 의미 있는 인증서를 받기 위하여
완주자의 손에만 주어지는
순례자 인증서에 스탬프가 찍히는 소리.
그리고 인증서
하나의 종이 한 장이지만, 나 자신에게 수여하는 훈장증명서 같은 뿌듯한 증명서이자 확인증 같은 느낌이다


찰칵.

그 한 번의 소리가
지난 800km의 모든 순간을 마무리 짓는
작고도 위대한 마침표가 되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번 유럽 자전거 여행은
나에게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내 인생의 또 다른 장을 여는 문이었다.

비로 시작해 햇살로 끝나는 날도 있었고,
포기하고 싶어 페달에 기대 멈춰 선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내 안에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순례길은 나에게 말해주었다.

삶의 귀한 순간들은
계획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숨이 차오르고, 길이 낯설고,
내가 흔들릴 때 찾아온다는 것을.

비록 이 여행이 마지막일지라도,
이 길에서 얻은 울림은
평생 내 삶을 비춰줄 작은 등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산티아고 성당 앞에서 두 팔을 벌렸던 그 순간,
나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로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유럽자전거여행 #자전거 여행 #퇴직연금 #퇴직 후 주식 #단타매매 #손절과 익절 #자유로운 영혼처럼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