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유튜브 뉴스를 들락날락거리다 말 그대로 SNS 중독증에 걸려 일상이 좀 뒤죽박죽 돼버렸다.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 내가 사는 이곳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관심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상상도 못 했던 계엄 뉴스 이후 내내 절망과 희망이라는 양극 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왔다 갔다 했기에 새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더 관심이 생겼던 듯하다. 나라를 떠나 사는 이민자일수록 모국에 대한 관심과 애틋함은 간절하다. 여의도 광장에 나가 응원봉을 들 수도 없는 처지라 더 많이 절망했던 것 같다. 계엄으로 당장 나라가 망할 듯 유난히 시끄러웠던 날엔 여의도 대신 잔차를 타며 뜀박질을 하며 쓰린 속을 달랬다.
엊그제도 그렇게 달리기를 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꼭 지나게 되는 조그만 동네 교회가 있는데 그날은 해가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그늘로 달리려고 교회옆에 있는 횡단보도에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아주 작은 횡단보도라 신호등이 없어 보통은 차가 잘 서주질 않는데 그날은 운이 좋았는지 차 하나가 서서 나보고 건너라고 했다. 고맙다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갑자기 그 차 뒤에 서있던 차 하나가 빵빵-빵빵--빵빵--빵빵-- 거리며 개 xx을 떤다. 미국에서, 적어도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웬만해선 운전도중 뒤차가 앞차에게 빵빵거리는 일이 없다. 놀라서 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너와 그 차 쪽을 보았다. 그런데 인심 좋게 생긴 중년의 xx 남자가 창문을 열고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아마 자기 앞에서 달리던 차가 나를 위해 차를 세웠던 게 불만이었고 그 원인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순간 하도 어이없고 짜증이 나 가운데 손가락을 있는 대로 뻗쳐 올리곤 Fxxx you! Asxxxxx! 하고 되받아쳤다. 그리곤 총 맞아 죽을까 봐 무서워 얼른 집으로 도망쳤다. 가능하면 우아하게 살고 싶지만 특히 요즘은 그럴 수 없을 때가 아니 그러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보행자를 위해 서준 앞차에게 그렇게 클랙슨을 울리며 발작하고 보행자에게 욕설까지 퍼붓는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사실 좀 놀랐다. 트럼프의 화려한 등장 이후 사람들이 좀 막가파로 나가는 경향이 있어 슬펐는데 그날 그런 사람을 보고 나니 마음이 더 참담해졌다.
그런 트럼프와 맞짱 뜨러 오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이번 주 안절부절 유튜브를 들락날락거린 것이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믿음도 있었지만 혹여 트럼프 앞에서 나비넥타이 매고 시답잖은 옛날 팝송이나 불러가며 재롱떨면 어쩌나. 또 다른 한쪽은 백설공주님처럼 하얀 드레스 입고 빨간색 카펫 깔린 계단을 살랑살랑 내려와 덥석 트럼프 팔짱이나 끼면 어쩌나. 그도 저도 아님 어느 나라 대통령처럼 트럼프식 막가파에 주눅 들면 어쩌나. 너무너무 마음 졸였다. 다행히 어리석고 한심하기 그지없던 나만의 염려로 끝나 얼마나 마음 든든하고 뿌듯한지 모른다. 서글픈 남의 속도 모르고 살짝 자존심 내려놓은 아부에 취해 헤헤 거리는 트럼프의 유아기적 현실인식 부재에도 뭔가 참담한 느낌이다. 정신머리 제대로 박혔지만 가진 힘의 무게가 가볍다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재명 대통령이 슬프다. 아니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의 우리 모두가 다 슬픈 존재 들이다. 두 세계에 끼여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나도 슬프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대한 민국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는 거다. 무사히 서울에 도착한 대통령의 환한 미소를 보니 오늘은 유튜브 끄고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마땅히 속을 터놓고 말할 친구가 없다 보니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브런치에다 횡설수설 떠들어 봤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보전하세.
대한 민국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