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스카 Nov 18. 2018

고마운 너에게

파랗게 멍든 시간들.3

매일 전화를 주고받는 친구가 있다. 하루의 중간부터 끝까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다 주고 받는 친구. 퇴근길부터 집에 와서 잠들기전까지 하루를 마무리 하는 친구. 어쩌다 친해졌는지도 생각이 안난다. 이제는 이 친구와 전화를 하지 않으면 하루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화를 하고 있는걸. 아마 근처에 살았으면 매번 맥주를 같이 들고 있었을 듯 하다.

이 친구에게 고마운 것이 많다. 아마 올해들어 내가 우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친구이기도 하고, 내가 힘들때 내 얘기를 묵묵하게 많이 들어준 친구이기도 하다. 감성이 비슷해서 그런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고 느끼는 부분도 어느정도 일치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찾게 되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전화하고 있고, 말이 없는 시간도 가득차 있는듯한 공기가 감싸는 친구.

아마도 감성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는건 이런 이유겠지. 감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둔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별난 사람이 되곤 하니까. 유인원의 원에선 인간이 구경거리가 된다는 거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 아마 여기서 나온듯 하고. 아무튼, 주변의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보다는 맞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더욱 즐겁다 여기고 있다.

이 친구로 인해서 이런 관계의 재미를 느끼고 비슷한 감성속에서 조그만 생각의 차이들이 때로는 재밌거나 당황스럽거나, 관계를 질리지 않게 해주는 조미료 같은 무언가가 되어준다. 어쩌면 이 친구에 대해 자세히 알기 전보다 알고 난 후의 모습들이 실망스럽지 않다는건 정말 잘 맞는 친구라는 뜻이 아닐까. 내가 힘들때 위로 조차도 신경써서 말 한마디, 단어 한자 골라서 전달해주는 친구. 나 또한 무례하지 않고자 노력하게 되는 친구라서 좋다.

어쨌든 이 친구 또한 여전할 순 없을거고 사람은 변해가기 마련이다. 내가 변할수도 있는 노릇이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변해 관계가 갈라서기 전까지는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을 줄 생각이다. 또, 갈라서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사람한테 한번 준 정을 쉽게 떼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노력하게 되는건 당연지사인가. 여튼, 나는 너가 고맙다. 이 글을 읽게 되겠지만, 난 지금 너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의 불확실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