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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Dec 01. 2018

기대의 기대

파랗게 멍든 시간들.15

뭔가 꼬여버린 듯한 하루였다. 오늘은. 일은 핀트가 어긋난 듯 했고, 기분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만든. 그 기분 하나로 머리가 지끈한 채 집에 도착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속상해서, 뜨거운 물에 머리를 쳐박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물에 머리를 쳐박고 있다보니 뭔가 후련해졌다. 눈가가 뜨겁다. 뜨거운 물로 한참 씻은 탓이겠지.

피로가 나를 감싸고 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피곤한 하루다. 하루종일 눈을 감은채 따뜻한 이불에 몸을 맡기고 잠든채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내 기대와는 다른것들이 자꾸만 찾아온다. 기대는 도박이라는 생각이 한번 더 머리속에 스며든다.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했고, 기대했기 때문에 좌절감이 더 크고. 기대 때문에. 기대라는 놈 때문에.

기대를 놓고 싶다. 더이상 무엇도 기대하고 싶지 않다. 결과를 모르니까 상상하게 되는건 싫다. 확신이란걸 갖고싶다. 한치 가림 없는 진실만을 마주하고싶다. 그건 현실이니까. 예상치 못하는 현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다는걸 인지한다는건 무섭다. 그럼에도 기대 없는 삶을 사는걸 포기하지 못할거 같다. 자꾸만 기대를 걸게 되고 몇번의 쓴 잔을 마셨음에도 또 반복하고. 어떤 동기도 사라질거 같아버리니까.

내 맘은 그런게 아닌데 자꾸 멀어만 가는 상황속에서 아무것도 못할것만 같다. 나는 늘 괴물을 상상하게 된다. 무지는 공포를 낳게 되고, 상상력에 제한을 걸게되니 나를 한없이 축소시키고 있다. 나는 그저 무섭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생각하기가 무서울 뿐이라는걸.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캄캄한 한강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시커멓고 속이 보이지 않는 저 한강은 빠지면 죽는다는 확신만 있을 뿐이고 그 안에 어떤것들이 존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어차피 이 우울도 지나고 나면 지금, 그리고 다음 고통도 성장통으로 기억될거라는걸. 고통을 피해가면 이 고통도, 이전 고통도 계속 기억나지 않게 될거라는걸 알고 있다. 원할때나 고통받고 싶은데, 나는 조절하는 법을 모르니 마주하고 또 현실을 두들겨 맞을 수 밖에 없더라. 그럼 기꺼이 아파하고 울고, 그렇게 또 기억하고. 반복하지 않는게 중요한거겠지. 각각 다른 상황속에서 나는 지쳐버리고 아파하고 하겠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게 중요한 거겠지.

과거를 잊으면 내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겐 오늘도 없다. 지금이 소중한거다. 지금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 과거를 잊지말자. 단지 과거에 내가 이렇게 실수 했으니 이번에는 그 상황을 피해가면 된다고 집착하지만 말자. 결국에 사람 일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거니까. 결국 모든 상황들은 연쇄작용이고 원인과 결과는 무조건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단지 나는 지금 결과를 마주하기 무서운거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멸시하며 사랑받고 싶어 했었다. 마냥 좋은’척’ 하느라, 어른스러운’척’ 하느라 받아들인’척’ 했을 뿐. 어느것 하나 마주하지 못하는 내가 혐오스럽고 싫었다. 기대를 포기하지 못하는건 이런 어린듯한 나의 모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또 다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결국 매여있던건 나였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서워도 마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억지로 버티는건 이제 싫다.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상처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함을 지녀야 한다. 오늘의 나는 아팠고, 내일의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어제의 나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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