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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Nov 13. 2018

관계와 균형과 언어

언어의 비언어적 행위에 관하여

균형. 되게 중요하지. 조금 더 당기거나 밀리면 쉽사리 무너지기 마련인 그것. 사물에도 사람에도 늘 중요해. 그나마 사물에게 있어서 균형은 조금만 머리를 쓰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나는 늘 그게 어렵다. 항상 주기를 좋아하고 받은 사람이 웃는것에 만족감, 혹은 쾌감이라고 불러야할까. 아무렴.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나에게 있어서 균형이라는건 늘 무너져 있다. 쉽게 튀어 나오는 말 한마디에도 어떤 의미들을 담아서 주고싶어하지만, 말이라는건 내 생각보다 너무나도 쉽게 튀어나오며 표현 하나에도 많은 뜻과 모호함의 경계에 있는 가장 언어적이지만 가장 비언어적인 전달이다. 모순이지.

그래서 나는 균형에 있어서 말이라는게 참 중요하다 생각한다. 흔히 하는 말중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라는게 있지. 분명 둘은 다른 글자인데 발음 혀의 굴림, 입모양 변화에 따라서 비슷하게 들린다. 단순한 글자조차 이렇게 쉽게 모호해지는데 수많은 의미와 내면적인 뜻을 담고 포장되어있는 언어들은 얼마나 많은 모호함속에서 흩어지는것일까.

씀. 이 한 글자조차도 ‘글을 쓰다.’와 ‘맛이 쓰다.’라는 두가지로 표현이 갈리는데 이런 복합적인 의미들이 더욱더 복합화 되어진다면 언어라는것은 얼마나 복잡한것일까. 여기에 은유가 부여되는 순간부터 언어는 머리로 이해하는것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해야하는것이 된다. 흔히 커플간의 말다툼은 이런 언어적인 이해방식의 차이에서 시작되곤하지. 결국엔 수 많은 의미들이 흩어지고 있는 중이다. 나를 떠난 문장은, 단어는 허공을 맴돌 뿐이며 받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수많은 색으로 변질되어진다. 어쩌면 예의라는것도 여기서 오는것이 아닐까. 우리들은 종종 잘 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질책할때조차 ‘그런 행동은 잘못되었습니다. 다음부턴 조심해주세요.’ 라고 딱 잘라 말 할 수 있는걸 ‘아주 잘하셨습니다. 진짜 잘 하셨어요. 다음에도 그렇게 해보세요.’ 라고 말 하며 청자의 기분을 갉아버리곤 한다. 용례에 따라서 단어의 의미는 퇴색되어지고 무의미해져간다.

다시 돌아와서, 균형은 어쩌면 ‘말’에서 시작하는것이 아닐까. 순전히 의미만 전달을 한다면 그건 그저 언어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느낌을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비언어적인 행동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말 한마디에 감정을 담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랑을, 미움을, 분노를, 질투를 전달한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통해 blame game을 하며 서로에게 칼보다 날카로운 것을 들이밀 수 있고, 감정을 확인하며 시작하는 사랑을 싹틔울 수 있다. 관계라는 것은 균형의 결과물이다. 수많은 무의미속에서 의미를 찾아가고 머리를 쓰지 않는, 본질적인 마음의 전달. 이 작은 말 하나가 비틀리는 순간 균형은 깨지고 관계는 무너지며 말은 무의미가 되어진다. 일종의 치킨게임이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요즘 들어서 많이 하는 생각이지만 말 한마디가 예쁜것, 표현이 예쁜것은 거기서 시작 된다고 믿게 된다. 난잡하고, 모호하며 힘들지만 그것을 곱게 정리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곧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은 꽤나 진득하게 사람을 위로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의 의미이상으로 많은 배려가 깃든 표현이라 생각이든다. 무언가 조언해주려 하지 않고, 그냥 힘을 빼주는 말. 이게바로 언어의 비언어적 행위가 가진 힘. 이런 문장이 관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말이지 않을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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