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아 잘들어라~ 현직자가 말하는 기획자 되는 썰.txt
요즘 ‘기획자’라는 직무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네이버에 다닌다고 하면 ‘기획자’가 되고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정말 많아요. 저는 기획자로써 아직 한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때로는 나랑 급이 좀 비슷해 보이는 사람에게 듣는 이야기가 도움이 될 때도 있잖아요.
‘기획자’를 쉽게 이야기하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이어프레임'을 짜는 사람 = '기획자'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획자의 업무 스코프는 무궁무진하며 '와이어프레임'을 잘 짠다고 해서 훌륭한 기획자가 되는 것만도 아닙니다.
저는 입사 후에 공간기획업무도 해봤고 컨텐츠 기획 업무도 해봤고, 웹/모바일 페이지 기획도 해봤습니다.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선하고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러니 내가 어떤 서비스를 담당하느냐에 따라서 해야하는 일의 범위도 필요한 역량도 달라집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기획자 = 000'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먼저 밝혀둡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정말 많이들 물어보시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는데요. 이런 질문들에 제가 입이 닳도록 답변하는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게 된 사회초년생이거나 기획자를 꿈꾸는 취준생 여러분이 '기획자' 라는 직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발 직군이 아닌 기획자를 지망한다고 해도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는건 무조건 도움은 됩니다. 기본적으로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개발자-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입니다. 개발자가 쓰는 언어, 디자이너가 쓰는 언어는 일반사람들의 언어와 완전히 달라요. 완벽하진 않더라도 개발자의 언어를 안다는건 기획업무를 하면서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추가로 머릿속에 떠오른 다양한 아이디어를 러프하게나마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것도 기획자로써 플러스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발 직군으로 입사하는게 아니라면 개발자만큼의 개발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도 개발 관련 지식이 전무한 채로 입사했고 입사 후에 개발자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는지 보다는 어떤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했고 어떤 결과물을 얻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문제해결능력, 2.커뮤니케이션 능력 3. 디테일과 집요함
기획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문제해결능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해결능력이라고 하면 문제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결하느냐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능력이죠. 하지만 사실 모든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회사에서는 논리적인 사람을 더 선호합니다. 문제의 정의를 데이터 분석에서 부터 시작하는 것, 눈으로 보이는 다양한 이용자 데이터로부터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기획자의 일입니다. 또 제가 느낀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사실 기획자는 커뮤니케이터에요. 본인의 생각만을 주장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사람이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기획일을 하다보면 내가 평소에 전혀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 잘 모르던 분야를 스터디 해야하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그때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 질문하듯이 집요하고 디테일하게 왜?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게 큰 도움이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디테일하고 집요한 사람은 아닙니다.(그래서 고생했어요) 그래서 그런 성향을 타고난 사람들이 더 많은 성장을 하는 것을 지켜보곤 합니다.
기획자의 일은 대부분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일하는 프로세스로는 Agile방식이 있고 Waterfall방식이 잇어요. 저는 회사에서 주로 Waterfall 방식으로 일해왔습니다만 요새는 agile하게 일하는것이 트렌드 입니다. 매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되는지에 따라 하루 업무가 결정되는데요.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되면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서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물론 아래 프로세스가 모든 경우에 다 해당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서비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때 보면 많은 친구들이 대외활동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대외활동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실 꼭 필요한 경험이나 자격사항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기획자로써의 역량을 어필 할 수 있는 경험, 서비스에 대한 스페셜리티가 스토리로 드러나는 사람이면 유리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요새 후배들 보면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위기감 느껴짐 ㅠ)기획자로 입사하고 싶다면 그것이 웹서비스든 앱서비스든 프로젝트 경험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서비스 기획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으면 더더욱 좋고요.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설 교육서비스로 프로젝트 경험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들도 많이 보이고요. 이외에도 창업 동아리라던가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해본다던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친구들끼리 으쌰으쌰해서 뭔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관련 대회 수상 경력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경험들을 단순히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본인만의 스토리로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리콘밸리 상황을 잘 아는 것도 아니라 실제로 '없는'직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 다만 ‘기획자’라는 명칭이 없을 뿐이지 PM(Project Manager),PO(Product Owner)등의 직무가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는 PM,PO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요. 특히 PO는 미니 CEO라고 불리며 유니콘 기업에서 각광받는 직무로 여겨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획 직무의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글쎄요 개발자보다는 전도유망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여전히 성장가능성 있는 직무라고 생각합니다. (급여 차이만 보더라도 개발자가 기획자보단 훨씬 많이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이버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개발자들이 존재하지만 기획업무를 같이 하는 개발자는 극히 드물어요. 현실적으로 개발자들이 기획업무와 개발업무를 함께 하는것은 불가능합니다. 또 여러방면에서 뛰어난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개발능력과 기획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찾는것도 쉽지 않을 거고요.
데이터를 잘 다룰 줄 아는 역량은 어떤 회사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입니다. 물론 시간이 많고 돈도 많아서 자격증을 딴다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겠죠. 다만, 질문에서 언급한 자격증들이 그렇게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닐겁니다. 그리고 자격증을 따더라도 실무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을 거고요.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SQL쿼리를 날려서 데이터를 뽑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직접 데이터를 뽑아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겠죠.) 실무에 필요한 간단한 쿼리문 정도는 회사에 입사해서도 충분히 스터디 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에게 요구하는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은 문제를 정의함에 있어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느냐이고요. 데이터적인 능력을 어필하고 싶다면 자격증을 따기보다는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것에 집중하는 편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몇년 밖에 안된 일이지만, 비상경계 문과 졸업생시절 취업준비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비상경계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기술이 없는 문과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직무는 얼마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선택했던 전공이 사회에서 이렇게 무가치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이 슬프고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모든 학문의 근본은 인문학입니다 - 인문학이 천대받는 현실 슬퍼요 ☹)
다행히도 기획 직군은 전공불문, 나이불문 모두에게 열려있는 직군이에요.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여러분께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근데 그거 알아요 여러분? 회사 입사하면 또 퇴사하고 싶어진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