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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Dec 11. 2020

[브런치북 추천] 우리는 모두 안아주는 사람

아이는 자라고, 개는 늙고, 우리는 성장한다.


태어난 지 3개월 남짓 된 강아지를 입양한 첫날부터 나는 나의 어린 강아지가 늙은 개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했다. 함께 하는 삶의 기쁨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오랜 시간 집을 비운 날이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헐레벌떡 뛰어 오기 일수였고, 다른 이의 반려견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는 날에는 온종일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 인생 중 1년도 채 함께하지 않은 작은 존재가 어떻게 이토록 소중해질 수 있는지, 개란 참 신비한 동물이다.

어느 날 SNS에 이렇게 적었다. '그동안 동오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동오를 키우고 있지만 동오가 오히려 내 버팀목이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동오가 없는 삶이 두려워진다. 이것이 진짜 사랑의 감정이구나 새삼 깨닫는다. 너무나 사랑해서 행복하고 동시에 두려워지는 것, 어떤 상황이 오든 지키고 싶은 게 생기는 것'(동오는 내 반려견의 이름이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김상아 작가의 브런치북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에 담긴 글들이 마음에 더 와 닿았다.

개의 수명은 고작 15년 남짓, 아이는 자라고 개는 늙는다. 사랑하는 두 존재가 교차되어 변화하는 모습을 작가는 따뜻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많은 개들이 내 곁을 스쳐갔다. 개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가벼운 말이었다. 그러나 나의 개는 달랐다.

'나'와 '개' 사이에 있는 '의'라는 조사가 마치 목줄처럼 우리를 이어주고 있었다. 나는 이 생명을 죽는 날까지 돌봐야 했다. 개라는 단어가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다. 그것은 책임의 무게였다. 그 묵직한 감정은 다행히도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개를 단숨에 사랑하지는 못했다. 그건 개도 마찬가지였다. 개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를 반겼다. 어느 날 내가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개가 처음으로 꼬리 치며 현관문 앞으로 마중 나온 날을 기억한다. 그 날부터였을 거다. 개를 처음 데려왔을 때 느꼈던, 그 아슬아슬한 감정이 이제 모두 사라졌을음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에는 작가와 늙은 개의 마지막 이야기는 담기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인생에 늘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도 꼬리 치며 반기는 개는 없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대신 날카롭던 마음 한 모서리가 어느새인가 뭉특해진 작가와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일찍 깨달은 아이가 함께 산다.


그래, 책을 읽고 나니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너와 내가 매일 주고받는 눈빛,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오고 가는 대화, 가만히 쳐다보는 너의 얼굴, 잠자기 전 킁킁거리며 맡는 발꼬순내만으로 충분하다.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이가 있다. 그런 너와 함께 할 수 있어 지금 행복하다.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아간다는 건 무한한 책임감이 필요한 동시에,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은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존재들의 보호자가 된 작가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성장기를 담고 있다. 차가운 현실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브런치북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착한 늙은 개 하나와 사랑스러운 어린 아가 하나, 그 둘을 껴안는 작가의 시선이 날 선 마음을 잠시나마 몽글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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