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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Feb 25. 2021

클럽하우스는 어떻게 인싸템이 될수 있었을까?

ep1. 지금뜨는 서비스를 읽어드립니다 - 클럽하우스


어느날 부터인가 각종 SNS에는 '클럽하우스(Clubhouse)'에 입성했다는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클럽하우스 초대권이 당근마켓에서 무려 2만원에 거래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이랬어요. "아니 그니까 도대체 클럽하우스가 뭔데?" 초대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길래 괜한 오기가 생겼고 지인들에게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클럽하우스에 입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실리콘밸리 테크 전문매체 The Information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Audio-Only, Invite-Only로 운영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입니다. 클럽하우스를 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미쿡 느낌 나는 힙한 UI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빼고는 기존의 팟캐스트 서비스와 운영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클럽하우스의 매력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역설'에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초대를 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서비스에 입장하자마자 모든 허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클럽하우스 안에서는 누구라도 스피커(speaker)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스피커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셀럽이 되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셀럽과 직접 대화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인플루언서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을 즉각적으로 허문다는 점이 클럽하우스의가장 큰 매력중 하나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팟캐스트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클럽하우스만의 역설]


#1.연결되고 싶지만 아무나 만나기 싫어

초대 기반으로 운영되는 제한적 앱. 내 전화번호를 아는 ‘실제친구’에게 초대장을 받거나, 이미 가입한 지인이 입장을 수락해줘야 합니다. 클럽하우스 초대 를 받는 것만으로 인싸로 인정( 야 너 클럽하우스 하냐?)받을 수 있죠. 게다가 초대 베이스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어요. 게다가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다고? 흔해빠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정말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앱인걸? 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2.표현하고 싶지만 기록되긴 싫어. 

대화 내용은 녹음 불가, 재방송 불가, 텍스트·사진·영상기능 전무, 내가 한 말이 박제될 가능성 0%

클럽하우스는 오직 목소리에만 집중합니다. 다만, 클럽하우스 내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여러 사람을 거쳐 구전되어 내려온다고 합니다. 사실 클럽하우스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듣는것도 클하를 하는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결국 가장 미래지향적인것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과 닿아 있는 것 아닐까요?


#3.주목받고 싶지만 평가받긴 싫어. 

각 계정의 ‘팔로워’는 있지만, 만들어낸 컨텐츠에 대한 평가나 반응은 없습니다. 가입 시에 관심 분야를 선택하지만 유튜브처럼 추천 알고리즘 기반으로 세상의 온갖 정보를 다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기존 SNS의 ‘좋아요’ 수에 연연하는 과시형 문화도 없으니 클럽하우스에서는 현재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4.관심받고 싶지만 보여주긴 싫어. 

노출하는 것은 목소리 뿐. 씻지 않은 채 잠옷 차림으로도 목소리만 있다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각적인 자극에 지친 우리에게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오디오만의 매력을 어필합니다. 한 편으론 관심과 소통은 원하지만 과도한 주목은 부담스러운 ‘샤이 관종’의 니즈도 흡수했다고 보여집니다.




[ 마케팅의 이단아 VS 시기를 잘 맞췄을 뿐]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의 평가 수치는 사용자 수입니다. 그래서 이런 소셜미디어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떻게든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을 전개하죠.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일반적으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클럽하우스는 대중적인 마케팅 방식이 아닌 지극히 폐쇄적인 마케팅 방식을 택합니다. 일단 초대 없이는 앱에 가입할 수 조차 없으니까요. 지난해 여름, 운영진은 즉시 모든 이의 가입을 받지 않는 이유로 둘을 들었습니다. ①커뮤니티 성장이 중요하다 ②아직 운영자가 적다. 이제는 준비가 됐는지, CEO 폴 데이비슨이 인터뷰에서 ‘조만간 초대장 없이 들어가도록 일반에 개방하겠다’고 했고요. 혐오·차별 발언에 대한 신고 기능 같은 콘텐츠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클럽하우스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실리콘밸리 인싸들과 투자자들의 트윗 그리고 일론머스크가 이 앱을 쓴다는 소식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스타 벤처투자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클럽하우스 초기부터 투자했고 클럽하우스에 셀럽들을 초대하고 핫한 주제의 채팅룸도 주선하며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와 테네브가 공매도와 게임스탑을 주제로 설전을 벌여, 클럽하우스는 흥행에 대성공 할 수 있었죠. 이건 마치 애플이 애플워치를 IT 기기 아닌, 셀럽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마케팅한 전략과 비슷하달까요?


게다가 클럽하우스는 iOS앱만 출시되어 있어 아이폰/아이패드 유저만 쓸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기기 호환을 막은 이유는 녹취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는데요 마케팅적으로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실리콘밸리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iOS앱 유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클럽하우스의 앨리트주의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안드로이드 앱 버전도 배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코로나 덕분에 IT회사의 위상이 정말 달라졌어요. 몇 년전만 해도 IT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는 3D업종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그리고 특히나 코로나 이후에 IT회사의 성장세가 엄청나지면서 덩달아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실리콘 밸리에 대한 환상이 연예인에 대한 관심만큼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제가 어렸을적 8-90년대 현대자동차 창업주 정주영 회장님과 삼성가 창업주 이병철 회장님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본 것 같이 말이죠.


그런 상황에서 일론머스크가 클럽하우스에 등장하고, 지금 가장 핫하다고 여겨지는 배민,마켓컬리,토스의 창업자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구글 아시아 총괄과 마크테토가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방을 열기 시작하니 트렌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클럽하우스에 참여하고 싶어졌을 겁니다. 일명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각종 SNS에 클럽하우스 입성을 인증하면서 그 효과는 저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퍼졌을 거고요. 그러니 클럽하우스의 성공은 새로운 마케팅의 승리라기 보다는 급변하는 시대의 로켓에 올라탄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겠습니다.(그말이 그말인가요;;)




[클럽하우스 살아남을 수 있을까?]


#1. 실시간 오디오 방송의 한계

팟캐스트가 TV프로그램이라면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라방'이라고 할 수 있죠. 전문적인 녹음이나 편집 장비나 스튜디오 없이 호스트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동시 접속자가 수천명이어도 끊김없이 전달되는 기술력도 놀랍고요. 게다가 '오디오 라방'의 히트가 처음도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스푼라디오가 20여개국 Z세대 MAU 300만명을 끌어오며 오디오 SNS시장을 개척했어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멜론 브런치 라디오, FLO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컨텐츠까지 '오디오 컨텐츠' 시장에 대한 파이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태생적으로 오디오 컨텐츠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듣는 자극보다는 보고 듣는 동시 자극에 더 약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저는 오디오 컨텐츠를 끝까지 들어본 경험이 없거든요. 소리 하나에 의지하기에는 저의 빈약한 집중력이 버텨주질 않더군요. 게다가 실시간 오디오 컨텐츠라면 전적으로 호스트의 유명세,말솜씨,매력에 의지해야만 합니다. 클럽하우스가 목소리만으로 유튜브처럼 일반인 셀럽을 낳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2. 논란없는 소셜은 없다

클럽하우스의 CEO인 데이비슨은 곧 초대장 없이도 클럽하우스에 가입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혐오·차별 발언에 대한 신고 기능 같은 콘텐츠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겠다고 했죠. 그러나 이미 지난해 9월 미국에서는 클럽하우스 내 400여 명이 모인 방에서 유대인 혐오 발언이 오갔고, 그 방에 클럽하우스 투자자 마크 앤드리슨도 있었다는 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현재도 클럽하우스에서 오갔던 대화들이 매일밤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클럽하우스의 이런 특징이 클럽하우스 내에서 일어난 논란을 일파만파 넓히는 발화점이 되지 않을지 우려가 됩니다. 이미 클럽하우스에 접속할 때마다  '인스타그램 맞팔방'이 상위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봤거든요. 이들은 인스타그램 팔로우수를 늘리기 위해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인데요, 이렇게 서비스의 기능을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용하는 어뷰저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비스는 힘을 잃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럽하우스를 Invite Only 방식에서 모든 사람에게 오픈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때에 어뷰저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유료 서비스로 성장

클럽하우스의 CEO는 오디오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 앱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채팅방 멤버에게 구독료를 받거나 토크쇼 티켓 판매 이벤트 등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이끄는 유료 대화방이나 유료 토크쇼는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럽하우스의 컨텐츠는 다시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도 유료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보기를 제공한다는건 나중에 누구라도 다시 볼 수 있는 오픈된 컨텐츠를 만드는 거지만, 클럽하우스는 다시보기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참석한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프라이빗한 컨텐츠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영향력있는 누군가와 프라이빗한 대화 시간을 구매할 수 있다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4. 현타를 조심해라

셀럽들의 가입으로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당분간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돌아 보면 십수년 전 싸이월드도 트위터도 그랬어요.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맞팔하고 그들의 대화방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그게 진짜 소통인가? 결국 자기들만의 리그 아닌가? 하는 현타의 시간은 분명히 오니까요. 내가 지금 클럽하우스를 하는 이유가 사람사이의 진정한 소통인지 그저 잘나가 보이는 사람들의 수다에 끼어서 나도 같은 무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잠시 취한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ESFJ가 사용한 클럽하우스 썰 푼다. ssul]


제가 클럽하우스에 처음 입성했을때 든 생각은 딱 두 가지였어요. 첫번째 생각 아..너무 힙해, 두번째 생각, 온갖 핫한 회사 다니는 사람은 다 모아놨네. 정말이지 베이지톤에 간결한 화면 이모자로 살리는 엣지있는 UI화면과 실제 파워 호스트들의 얼굴을 올리는 앱아이콘등이 너무 힙하고 간지(?)나게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살펴봤는데요. 지금 잘 나간다하는 IT회사의 브랜드마케터, PO, UX디자이너들이 온통 모여있더라고요. 실제로 미국에서도 클럽하우스의 파워 유저는 실리콘밸리 직장인들과 아티스트 그리고 셀럽들이라고 해요. 앱도 힙하고 모여있는 사람도 힙하니 요즘 인싸템이라고 불릴 만한 앱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럽하우스를 지금 열심히 사용하고 있을까요? 대답은 '아니요' 입니다.


실제로 제가 클럽하우스를 사용 했던건 예전에 트레바리를 하면서 만난 독서모임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트레바리라고 하는 유료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진행될 수 없게 되었는데 이걸 클럽하우스가 아주 간단히 그리고 더 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거든요. 실제로 폐쇄형 방(다른 유저들이 참여 불가능하고 모더레이터 즉 호스트가 초청한 사람만 입장 가능)을 열어서 독서모임을 진행했고 끊김 한번 없이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이 안보이니까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기도 더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후에는 도통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지질 않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무언가를 할때를 제외하고는 집중력이 아주 약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로 영상을 볼때도 재생 속도를 2배로 높이거나, 영상을 건너뛰기 하면서 중요한 정보만 파악하거나, 댓글에 있는 요약글만 보기 일수에요. (정말 웃기고 재미있는 컨텐츠를 제외하고는) 그런데 뭔가를 볼 수 없는데다가 정제되어 있지 않은 라이브 오디오 컨텐츠를 주구장창 듣고 있으려니 흥미가 채 10분을 가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손을 들고 셀럽들 사이에 스피커로 올라갈 용기도 없었고요. 이래나 저래나 클럽하우스는 결국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지가 않았습니다. (인싸가 인싸를 부른다더니..)


하지만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성장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틱톡을 사용하지 않지만 수많은 MZ세대들이 틱톡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니즈는 다채롭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참고문헌

: [중앙일보] [팩플 레터] 클럽하우스, 실리콘밸리에도 성골이 있었다.

: [비마이비] [수박 레터] 빵 터진 클럽하우스 맥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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