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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Mar 12. 2021

네이버는 쿠팡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ep2.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

바야흐로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오프라인 패션 대기업은 온라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로 대표되는 패션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세는 거침없습니다. 게다가 이커머스의 정통강자라고 여겨졌던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을 공식화했죠.


최근 5년간 이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24.3%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전체 유통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28.2%로 3분의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커머스 시장을 노다지 땅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만큼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현재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온라인 유통을 잡는 기업이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춘추전국시대 대표 플레이어 - 쿠팡 vs 네이버]


2021년 이커머스 트렌드를 논할 때 쿠팡과 네이버쇼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오픈서베이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주 이용 쇼핑 앱 1~2위에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이름을 올렸습니다(54.7%, 52.6%). 수치로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민 중 반은 네이버 쇼핑이나 쿠팡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지난 20년 기준으로 네이버쇼핑은 거래액 27조원을 달성하며 이커머스 전체 1위에 올랐고. 2위는 22조원에 달한 쿠팡이 차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출처 : 오픈서베이 모바일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0 (p.17)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의 유명한 발언 하나가 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고객 만족이며, 고객은 더 다양한 상품(Selection), 더 저렴한 가격(Price), 더 편리한 서비스(Convenience)에 반응한다는 것인데요. 이 3가지 고객을 만족시키는 요소를 기준으로 쿠팡과 네이버를 살펴보도록 하겟습니다.


고객은 싼 가격(low price)과 빠른 배송(fast delivery), 다양한 상품(vast selection)을 원한다.이는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헛고생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런 곳에 돈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chapter1. Selection(더 다양한 상품)


쿠팡 : 직매입에서 오픈마켓으로의 변화


초기 쿠팡은 11번가나 지마켓과 유사하게 오픈마켓의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직매입 기반의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런칭하며 점차 직매입을 늘렸고, 2017년을 기점으로 다시 오픈마켓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2020년 현재, 쿠팡은 직매입과 오픈마켓 비중을 5대 5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판매자를 위한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제휴를 론칭하며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기 원하는 판매자들은 쿠팡의 물류망을 이용해 로켓배송과 동일한 배송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인력 절감을 통한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되고 고객 입장에서 보다 다양한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알아 두면 좋은 '오픈마켓'과 '직매입'의 차이]  

오픈마켓: 판매에 관여하지 않고 '중개'만 해주는 마켓. 즉, 판매자들에게 물건을 팔 공간을 빌려주고 물건이 팔릴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직매입: 오픈마켓과 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MD가 상품을 선별해서 검증된 판매자에게 매입 후 판매하는 것이다.

장단점 : 일반적으로 오픈마켓의 경우 10~15%정도의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직매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경우 더 다양한 판매자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고 판매자끼리 가격경쟁도 가능하다. 직매입의 경우 선별된 상품만 판매하므로 품질보증이 가능하다

 


네이버 : 좋은 판매자가 곧 경쟁력

네이버에서 진행한 SME 광고 캠페인- 한강주조편

네이버는 쿠팡과 다르게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한 오픈마켓의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원조격인 옥션, G마켓, 11번가와 다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수수료로 품질 높은 상품을 제공하는 퀄리티 있는 판매자들을 선점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소상공인(SME)은 4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서비스가 판매자에게 이토록 환영받는 이유는 1. 수수료가 매우 저렴하고 2. 초보자도 누구든 쉽게 할 수 있는 유저친화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이죠.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비유한다면, 네이버는 타오바오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 가격경쟁력과 빠른배송을 주요경쟁력으로 삼았다면 네이버는 플랫폼 내 다양한 카테고리의 판매자를 입점시키고 좋은 공급자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실제로 쿠팡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네이버에서는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리빙윈도-창작공방이나 디자이너 윈도가 대표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해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에는 이미 방대한 스펙트럼의 SME와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네이버는 검색, AI추천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이들의 비즈니스와 창작활동을 연결해서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chapter2. Price(더 저렴한 가격)


쿠팡: '아이템 위너 시스템'과 PB상품

쿠팡에서는 '아이템 위너'라는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아이템 위너는 같은 상품일 경우 판매자가 여러 명이라도 하나의 페이지로 상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소비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상품을 메인에 노출해줍니다. 쿠팡에서 아이템 위너를 차지하려면 1) 가격 경쟁력, 2) 무료 또는 빠른 배송, 3) 높은 상품 만족도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현재는 1)가격 경쟁력이 아이템 위너가 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켓제휴가 본격화되면, 무료 또는 빠른 배송도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대표적인 PB상품 탐사수

또한, 쿠팡은 총 16개의 PB에서 1300개 이상의 제품을 타사 대비 10~20%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입니다. 쿠팡의 대표적인 PB제품으로는 탐사수가 있죠. 특히나, 식품 PB의 경우 고객이 가장 자주 구매하는 카테고리이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특성상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면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어 더 빠른 배송과 동시에 단가 및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알아 두면 좋은 PB상품]  

대형 소매업자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자체브랜드로,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등의 대형 소매업체 측에서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하여 독자적으로 만든 자체브랜드 제품을 말한다. PB제품은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이 절약되어 제조사 고유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  '플랫폼파워'와 '네이버페이'

네이버의 본질은 여전히 검색포털입니다. 이 이야기는 곧 네이버 플랫폼 내에  중소 기업들, 오픈마켓 업체들, 심지어 백화점 쇼핑몰과 홈쇼핑, 경쟁사인 쿠팡까지 네이버의 검색창안에 입점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검색포털로써의 네이버의 위기는 매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앱으로써 네이버의 위치는 공고한 편입니다. 쿠팡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 중 여전히 상당수의 고객이 네이버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수수료와 함께 고객 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기술 인력과 풀필먼트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동안 네이버는 이미 확보한 인프라를 이용해 다른 곳에 더 힘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죠


게다가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팡도 쿠팡페이를 만들었습니다만, 여전히 네이버페이의 경쟁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네이버 아이디가 없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 없을겁니다. 누구나 가진 네이버 아이디에 통장이나 카드를 등록해놓으면 네이버페이로 물건을 살때마다 포인트가 쌓입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했다면 포인트는 구매가격의 추가 4% 더 많이 쌓이게 됩니다. 네이버 통장에 충전한 금액으로 샀다면 충전한 금액의 3%페이백을 받게 되겠죠. 게다가 이렇게 쌓인 포인트를 이곳 저곳에서 자유롭게 쓸수 있습니다. 네이버페이 때문에 네이버에서 쇼핑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chapter3. Convenience(더 편리한 서비스)


풀필먼트 서비스 


쿠팡: 빠름, 빠름, 빠름!

쿠팡에는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가 있습니다. 할인이나 적립 기반의 멤버십을 운영하는 경쟁사와 달리, 로켓와우는 100%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초반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제 쿠팡은 익일 배송을 넘어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통해 당일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특히, 쿠팡의 경우 압도적 규모의 B2C 물류센터를 전국에 계속해서 짓고 있기 때문에 풀필먼트의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자체 배송망을 갖고 있다 보니 물류량이 늘어도 건당 배송비가 무한하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는 배송비가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쿠팡의 풀필먼트 경쟁력이 강력한 또 다른 이유는 쿠팡이 리테일이자 배송업체라는 것입니다. 커머스업체와 배송업체가 분리되어 있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주문관리시스템과 배송관리시스템이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주 주문 및 배송되는 상품을 파악하여 사전에 적재하기 용이하다는 것이죠. 배송 차량 역시 자주 주문 및 배송되는 상품에 대한 배송 루트와 적재 방법이 최적화돼있기 때문에 물류를 효율화하는 데 유리합니다. 


네이버: 우리도 할거야 CJ랑!


네이버는 올해에만 위킵·두손컴퍼니 등 여러 풀필먼트(Fullfillment) 기업에 투자했고, CJ대한통운과는 풀필먼트·라스트마일 배송과 관련한 사업 제휴를 맺었습니다. 쿠팡이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면, 네이버는 다른 풀필먼트 업체와의 투자 및 협력을 통해 물류 경쟁력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은 주요 브랜드 상품에 한해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한계는 존재합니다.


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센터 면적은 쿠팡 풀필먼트 센터의 12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네이버를 통한 익일 배송 물량이 증가한다면 대한통운은 지속적으로 풀필먼트를 확장하는 데 설비를 투자해야 합니다. 때문에 당분간은 물류량이 늘어날수록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센터는 B2B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B2B와는 다르게 B2C 물류는 사이즈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1000평을 활용하더라도, 100종의 제품이 팔레트 단위로 쌓여 있는 것과 1만 종의 제품이 상자 단위로 쌓여 있는 것과는 엄청난 작업 차이가 있습니다. 상품을 분류하고, 찾고, 포장하고, 발송하는 일만 하더라도 B2C물류에 리소스가 훨씬 많이 듭니다. B2C 물류를 적재, 분류, 포장, 발송, 반품하려면 기존의 B2B 풀필먼트 센터와는 다른 새로운 물류 소프트웨어 도입과 창고 설계가 필요합니다. 즉, CJ대한통운은 기존의 설비와 시스템을 바꾸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만 합니다. 


[알아두면 좋은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 전문업체가 물건을 판매하려는 업체들의 위탁을 받아 배송과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교환·환불 서비스 등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고객이 알아보는 것은 결국 좋은 판매자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말한것처럼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고객만족'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고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수의 양질의 공급자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쿠팡의 일반 패션 카테고리의 수수료는 10.5%이지만 로켓제휴를 통한 패션 상품 수수료는 28%선입니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수수료가 3~4% 수준인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인 것이죠.  네이버가 이렇게 판매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에 관대할 수 있는 이유는 쇼핑수수료 이외에 다른 영역에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해서 동일한 상품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매출이 많이 일어나더라도 수수료가 비싼 곳은 남는게 없었고 치열한 경쟁때문에 팔수록 손해인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수료가 저렴하지만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집중했고 지금은 자사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단 2가지 채널만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스마트스토어 자체 수수료가 낮은편이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에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이커머스 업계에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쿠팡이 절대 강자로 올라서면 이커머스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까요? 쿠팡은 지금까지 물류센터와 IT인력 모시기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발생한 적자를 수수료나 로켓 와우 멤버십을 통해 메꾸려고 할 것입니다. '아이템 위너' 시스템을 활용해서 판매자들이 로켓제휴를 해야만 아이템 위너가 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도 큽니다. 온라인 시장에서 가격경쟁은 절대적이니 이 엄청난 수수료를 결국 판매자들이 짊어지고 가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 고객만족 서비스에 놀랄때가 많습니다. IT업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결국 이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되려면 '고객 만족'과 '좋은 판매자 선점' 이 2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과 좋은 판매자를 선점하는 것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가격경쟁, 노출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체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 내에서 판매자들이 마케팅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이커머스 시장의 승기를 잡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아마존의 어제를 통해 쿠팡의 내일을 보다/허재원

네이버가 돈으로 키우고 있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정체/유식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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