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조용하다.
나는 엄마에게서 이런 모습을 기대해 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십 대이고, 엄마가 60대였을 때,
엄마는 집안일과 밭일과 아버지의 성화로 지쳐갈 때,
다섯 명의 딸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같은 말들을 쏟아부었다.
나의 안부를,
나의 얘기를 묻질 않으셨다.
내가 몇 년 전에 집에 갔을 때도,
나는 여전히 엄마가 말을,
똑같은 말을 한 번씩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일 년의 시간이 어땠을지,
아버지의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안방의 공기를
엄마는 평상시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외국에 살다,
고향집에 들어서면
엄마는 내 이름을 수백 번을 불려줬다.
“옥아”,
“옥아”,
“옥아”,
그런데, 엄마가 조용하다.
“엄마, 내 누구고?”
“옥이지.”
그러고는 가만히 계신다.
전화를 걸면 엄마는 늘 물으셨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 거고?”
십여 년이 지났을 때, “너네 가족 건강히 잘 살면 된다.” 하셨다.
엄마는 이제 남 듣기 좋은 말만 하신다.
짧게 왔다 가서 서운하다는 말 대신,
그저 “힘들었제? 난중에 또 온나.” 하시고는 자리에 돌아누우신다.
메마른 나무에 겨울 꽃이 활짝 피었다.
마치, 봄날의 벚꽃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