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ne Anne
Nov 07. 2020
" 도브리 라노"
아침 인사이다.
" 도브리 덴"
낮동안 쓸 수 있는 인사이다.
"도브리 베체르"
저녁 인사이다
"아호이"
아이들에게나 친한 사람들에게 쓸 수 있다.
하루의 언제든 "헬로"만 쓰던 내가 아이들을 통해 현지인들의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외웠던 인사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가식덩어리가 되었다.
어색하면서도 수줍지만 예쁜 미소를 아예 얼굴에 띄워놓고 산다. 자동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인상을 쓰고 있다, 차 문을 여는 동시에 마음가짐을 달리 한다. 아이들의 학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내 미소를 보여주기 위해 내 얼굴 근육을 바꿀 준비를 바삐 하고 있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저 몇 초간 마주 보며 하는 인사가 전부이다.
나는 인사가 그렇게 중요한지 이 곳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들의 따뜻한 인사 한 마디가 나에겐 하루를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무표정하거나 밝지 않은 미소는 나에게 뭔가가 잘못됐다는 시그널을 준다. 대화를 이어갈 수만 있다면 인사는 간단해도 좋으련만. 대화를 할 수 없는 나에겐 인사가 전부이다.
인사는 짧은 몇 초간의 마주침이다.
하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것들은 이성적으로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바로 그것이 본연의 의미이다. 나도 상대방도 그걸 숨길 수가 없다.
그 찰나의 순간을 지나치면, 눈빛, 표정, 말투, 입가의 미소 등이 모두 다 놀랍게도 포착이 된다. 가슴속에 사진이 박힌다.
몇 초간 부드러운 눈빛으로,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건네는 인사 한 마디가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적이 많다. 서로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거울을 보듯 잠시 동안 마주 보는 표정은 닮아있다. 몇 년 동안 인사만 해 온 사람들일지라도 서로 좋은 추억을 쌓아온 견고한 관계의 친구 같다.
사실 안다.
그들에게는 나의 인사가, 나와의 인사가 나처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그들은, 나와 달리 가족과 친구들이 가까이 있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느라, 종일 많이 바쁠 것이다.
그래서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인사를 한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려고 한다.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따뜻한 볕, 같은 느낌을 나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들도 혹시나 나처럼 따뜻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 눈빛을 쬐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아마,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엄마들은 수군댈 수도, 아빠들은 사심이 있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하긴, 이곳에 사는 나도 가끔은 헷갈린다.
너무나 예쁜 인사를 건네는 엄마들에게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고, 때로는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아빠들에게는 날 좋아하는 마음이 있나? 하는 쓸데없는 착각에도 빠지게 만든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서 조용히 인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 내 소심한 인사가 허공에 머물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내 경험으로는 내게 그랬던 그들은 예쁘고, 젊고, 부자이면서 머리색이 밝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있어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사람이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나는 더는 상처 받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힘들지만, 나의 인사를 그들에게만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습관이 되어버린 방정맞은 내 입이, 내 속도 모르고 번개처럼 나가버린다.
" 도브리 라노 "
"..... "
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 # 이미지 참조 : pixab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