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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Nov 27. 2020

무인도

나는 외로운 섬이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 곳에 오래 살았으니 친구들이 많을 거라고.
그리고 왜 처음 온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나 또한 처음엔 그랬으니까.
그들은 내가 그들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해줄 거라 기대한다. 또한 곁을 주지 않는 나에게 그들은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 곳에 오래 살아보니, 나 또한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와서 마주친 그들처럼 나도 변하고 말았다.

나는 외로운 섬이다.
내 곁으로 많은 이들이 왔다, 다시 떠나간다.
잠시 머물다 가는 그들은 모른다.
나는 한 자리에서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그들을 쓸쓸하게 바라만 봐야 했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이별을 고하는 그들보다 오히려 남아있을 내가 걱정되었다.

한 때는 북적이던 이 곳에서, 우리의 웃음소리는 청명하게 울려 퍼졌고, 우리의 즐거운 수다는 늘 아쉬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한동안 날 서운하게 하고, 내가 서운하게 했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차라리 그들이라도 좋다.
미워할 그들이라도 좋겠다.
그들이 있어서 내 감정의 일부는 살아있었고, 상처 받은 나와 내 친구들의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우리 서로를 위로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모두 다 문을 꽁꽁 걸어 잠겨 놓았다.
자신의 곪은 상처를 끌어안고 좀처럼 틈을 주려 하지 않는다.

모두들 외로운 섬이 되어 간다.
지금의 상황은 우리의 우연한 만남이라도 좀처럼 성사되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자주 가던 카페도 식당도 모두 발걸음을 멈췄다. 마트에서의 만남도 어긋난 오차로 틀어지고 만다.

우리의 곁으로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가지만, 마음을 주고받지 않는 우리는 무리 속에 있어도 홀로 떠 있는 섬이다.
호기롭게 이제는 마음결이 맞는 사람만 만나겠다는 나의 말들은 점점 초점이 흐려져 간다.
그들과의 적당한 간격을 지키겠다는 나의 다짐은 만날 사람이 없어짐에 의지를 잃어버렸다.

섬과 섬을 이어주던 굳건한 다리는 차가운 바닷물에 흔적도 없이 가라앉아 버렸다.
외로운 마음을 저마다 껴안고 버티고 견뎌내다, 결국은 툭툭 털어내고 일어날, 어느 날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살아있음을, 여리고 연한 연둣빛 잎들이 다시 세상을 향해 호기심 어린 얼굴을 내밀 그 날을 위해, 나는 웅크리고 앉아 끊임없이 나를 다독이고 다독여야 할 것이다.

또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 어디에서 불어오는지도 모를, 작은 씨 하나가 다시 나에게로 와서 뿌리를 내리게 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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