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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Apr 29. 2021

드디어, 봄을 만났다.


4월 말, 드디어 내가 기억하는 봄이 왔다.
내가 아는 봄은 이게 아닌 데, 그동안 칭얼칭얼 하였다.  여전히 최저기온은 마이너스 2도에서 영상 8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봄을 보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키 큰 나무들이  거미줄처럼 검은 가지를  하늘에 걸쳐 놓던지. 유독 춥고 흐린 날씨에 꽃들도 키가 작아 납작 땅에 붙어 있었다.

이 도시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꽃나무를 한 그루, 두 그루 발견하는 즐거움에 나의 표정 또한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이제야 사진 속 나의 얼굴에 환함이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맑고 투명한 연둣빛 초록이라도 봄에는 분홍빛이 있어야 진정 봄이다.
초록만 있는 봄은 내게 고통을 준다.
농도를 달리 한 분홍색 꽃의 향연에 마음은 다시 청춘을 얻고, 설렘을 느낀다. 그래서 봄날의 나무들은 춥고 힘든 겨울을 보낸 뒤, 꽃부터 발그레 보여주나 보다. 그리고 초록을 보여주고, 진한 빛깔의 꽃들은 그다음에야 피어난다.

계절은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곳저곳 봄꽃 소식에 그만 나는 심통이 나고 말았다. 마치 나만 못 가진 것처럼 안달이 나서 조마조마하였다.
그런데, 마침내 그 봄이 왔으니 이제는 내가 자랑을 실컷 해야겠다. 벌써 더 아름다운 봄을 즐긴 이라도 이미 지나가  봄이니, 새삼 내가 부러 것이다.
그리고, 참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다 때가 있음에도 내가 어쩌지도 못함에도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못 가져서 힘들어하였으니 말이다.

이곳도 몇 년 전부터 보기 힘들었던 봄꽃 나무를 조금씩 심어놓았다. 그 꽃나무들을 찾아 이 도시를 세세하게 둘러보는 것이 내가 이 봄날에 새로 할 일이다.
이제부터 나의 봄은 시작될지이니, 나는 편한 가방을 둘러메고 운동화를 신고서는 사뿐히 꽃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개나리도 폈고, 분홍의 꽃들도 폈고, 그 사이로 호박벌도 부지런히 꿀을 딴다. 노란 민들레도 풀들 사이에 둘러싸여 빛나고 있고,  목련은 꽃망울이 맺혀 있다. 이제야 연둣빛과 초록이 다시 예뻐 보인다.

봄이 온다는 것은 다시 흙을 만지며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함을 말한다. 산으로 들로 나가 초록의 잎을 따서 먹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의 흐름 따라  사람도 같이 사는 것이다.
나도 시골에서 자라서 봄이면 흙을 만지고 싶다. 다시 돌아오는 연어처럼 도시의 시멘트 벽에 갇혀 지내다가 느지막하게라도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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