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라키아 민속 야외 박물관

by Jane Anne


7월 초, 1시간여 떨어진 곳의 박물관에 가게 되었다. 제법 가까운 거리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다. 얼마 만에 체코 국경을 넘는 건지,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간다. 작은 국경에는 지키는 이도 없고 속도만을 줄여서 천천히 지나간다.

채 준비되지 않은 오디오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시시해져 버린 동요와 흘러간 가요가 새어 나온다.

어떤 박물관일까? 남편이 가자길래 그냥 따라나섰다. 어디든 떠나보고 싶었다. 여러 마을을 지나고 산도 지나고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길게 늘어선 주차 차량이 보였다. 이곳은 생각보다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그제야 심드렁했던 마음에 호기심이 인다. 조금 더 들어가 동네의 후미진 골목에 주차하고, 아이들을 깨워 거꾸로 걸어 나왔다.


매표소에도 사람들이 많다. 잠시 기다리다 입장했다.

헛간 같은 공간에 옛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물레방앗간도 보였다. 대장간에서는 대장장이 할아버지가 물건들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방앗간의 가이드는 어떻게 기름을 짜고,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설명해줬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자 목조 마을이 보였다.

이제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것 같다. '한국민속촌' 같은 곳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 초 농촌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교회와 학교, 제재소, 풍차 방앗간, 물레방앗간, 사람들이 살았던 집들. 들판에는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었고, 가축들도 보였다.



배가 고픈 아이들에게 물을 먹이며 달래다, 마침 작은 식당이 보였다.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매우 비슷하다. 영어가 안 통해 보여 아들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요 녀석도 신통치가 않다. 어른만큼 능숙하게 주문을 하지 못한다. 결국 나와 남편까지 합세하여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커피 두 잔, 그런데 뭔가 잘못됐다. 보통의 커피를 시키고자 했으나 곱게 간 원두에 여과 없이 물을 부어주는 터키식 커피가 나왔다. 바로 마시면 커피가루가 입에 씹혀서 천천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마셔야 한다. 그리고 할류스키와 핫도그 2개. 할류스키는 강한 향과 맛이 나는 양 치즈에 감자전분으로 만든 파스타와 베이컨을 곁들인 요리이다. 이곳에서 어릴 적부터 접해온 이 요리를 아들은 좋아한다. 나는 향 때문에 조금밖에 못 먹는다.


언덕을 넘고 들판을 걷고, 누군가의 인생이었던 나무집들을 들여다본다. 슬렁슬렁 걷다 뒤처져서 아이들 뒷모습을 가득 담아놓는다.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는 비슷했구나, 생각된다.

곡식들을 저장하는 창고, 가축들을 키우는 우리, 화장실은 우리의 것과도 닮았다.

한 공간에 난로와 오븐 역할을 하는 화로, 식탁, 침대가 있다. 지금의 생활양식과도 비슷해 보인다.

우리의 온돌방 구조는 방과 부엌을 분리해 놓았고, 방바닥을 데우는 구조라 좀 더 복잡해 보이지만 다른 차원의 지혜가 엿보인다.



사람들이 전통복을 입고 공연을 준비하는 게 보였다. 그 옛날 저렇게 예쁜 옷을 입었구나, 옷들이 전원적이고 목가적이다.

구혼을 목적으로 하는 미혼 남녀들의 전통의상은 기혼남녀보다도 화려하다고 한다. 남성들은 모피코트에 하얀 셔츠, 딱 맞는 긴 바지를 입고, 여성들은 앞뒤로 연결되는 앞치마와 전통적인 소매가 달린 흰색의 블라우스를 입는다.

춤을 추는 젊은 그들이 아름답고 생기 있다.

참고로 결혼한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아무에게도 보이면 안 되어서 스카프로 완전히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EBS '세계 테마 기행'을 보듯, 나에게도 새롭다. 신나게 춤을 추는 예쁜 무용수와 연주가들 그리고 여유를 갖고 보는 사람들이 마치 그 옛날의 한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아이들도 한적한 뒤에서 춤을 춘다. 기념품을 얻기 위한 깜찍한 노력이다. 나무가 많은 곳이라, 나무로 만든 박물관 모형들이 많다. 아주 섬세하지는 않으나, 나무로 된 것들이 나는 좋다. 도 슬쩍 작은 나무집 하나를 장만해본다.

중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1925년),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Wallachian Open Air Museum ( Rožnov pod Radhoštěn: 로주노프 포트 라드호슈템)

오랜만에 마음속에 산들바람이 들어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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