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가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Anne Oct 09. 2021

아름다움



지금 바르샤바의 공연장에는 여러 나라의 이름난 피아니스트들이 '쇼팽'을 연주하고 있다. 단풍과 낙엽과 비 그리고 가을이, 피아노 소리를 더 맑고 투명하고 깊이 있게 울림을 주게 한다.


같은 악보를 가지고 피아니스트들은 하얀 건반과 검은건반을 눌려 그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화가는 하얀 캔버스를 자신의 색깔로 물들인다. 

그리고 누구든 글을 쓰는 사람은 여백을 채워나간다.


박완서 작가는 가벼워지기 위해 글을 다고 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런 것 같다. 나의 무거움은 가족, 그리움,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참 많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글 몇 편을 써놓고 보니 그새 가벼워졌다. 나의 무거움이 진정 무거웠던 것들이 아니었는지, 내 마음의 자세가 오히려 무거움을 가중시켰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거움을 통과해서 가벼워진 나는 나인 듯 하지만, 가볍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다.


피천득 선생님은 글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이 말도 맞는 것 같다. 저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글을 통해 어 빛이 난다.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바이올리니스트의 앞에는 20대의 젊은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있다. 지난 콩쿠르의 우승자인 의 오프닝 연주에는 오직 피아노만 남는다.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은 그 어디쯤의 아름다움으로 시간마저 초월하게 만든다. 연주자의 손가락 위로 몇 백 년 전 작곡가의 고뇌마저  더해져 깊은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힘듦을 호소한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그 무게감은 어깨를 짓누른다. 나의 힘듦이 세상의 힘듦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런데 우뚝 멈춰버린 무용해진 발 앞의 그림은, 내 가슴의 어딘가를 깨워주었다. 책장을 다 넘긴 나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꾸물대며 방황하던 작은 움직임들이 자유를 찾았다. 내 마음속에 나비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나는 아름다워질 것이다. 자기 속에서 태어난 나비는 깊은 슬픔을 딛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위대한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남겨놓았다. 그들 또한 가벼워지기 위해 노력하다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잠들어 있는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질병과 가난, 전쟁 그리고 사랑... 그들에게도 필요했던 위로를 건네주고 있다. 악과 그림 그리고 을 통해서.



( photo : pixabay.com )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