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중순부터 꺼내 입은 겨울잠바들을 3월인 지금까지도 내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코트, 짧은 패딩, 중간길이 패딩, 긴 패딩 등이 모두 검은색들 뿐이다. 이 칙칙하고도 무거운 겉옷들을 언제 벗어던질 수 있을지, 간혹 내비치는 햇볕은 없던 바람까지 동반하고 나타났다.
매년 봄을 빨리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꽃샘도 아닌 봄샘(?)을 부리며, 사실은 부러워하는 중이다.
우리 집에도 봄이 왔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봄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봄이었을까? 여름이었을까? 아니면 가을, 겨울이었을까? 아이를 잉태하고, 많은 책을 보면서 나를 없애고 책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고선,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들은 계속 커가고 있는데, 나는 3,4살 꼬마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어나서 3년까지 잘 키워놓으면 그 이후에는 괜찮다고 했었다. 나름 애썼던 그 시절의 나로,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다.
큰 애에게 봄이 왔다.
큰 애는 아기 때부터 얼굴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나는, 이 아이를 어린 꼬마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연한 꽃들은 스스로 자라지 못한다. 심하게 바람도 불고, 굳센 비도 오고, 매운 꽃가루에 재채기도 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움직일 수 없는 꽃들은 열매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