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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03. 2020

#49 사람이 아니라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라도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내가 풍경을 이렇게나 사랑하게 됐는지. 지난 겨울, 후지 카메라를 산 이후로 계속해서 찍어온 사진을 하나하나 뒤젂여보다 사람보다 풍경사진이 더 많은 걸 알게 됐다. 하늘, 산, 강, 바다, 숲, 호수, 노을, 길가의 풍경들. 같은 장소 같은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부터 색다른 곳의 색다른 사진까지 참 다양한 풍경이 담겨있음을 보면서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연이 주는 위로를 찾게 되었나 생각해보게 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늘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학생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작은 휴대폰으로 그렇게 친구들을 찍었고, 대학생 때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사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폰5를 사면서 (그때 나름의) 신세계를 맛보며 사람이고 풍경이고 열심히 담아왔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난 지금, 후지 카메라는 나의 최고의 절친이 되어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풍경 들과 색들을 아주 성실히 담아주고 있다.


그냥 아무 말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꼬여있는 생각과 흐트러진 마음이 정리가 되어서일까, 너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자잘한 걱정과 생각들이 너무나 작아 보여서 일까, 복잡한 삶의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아도 잠시 잠깐이라도 거기서 벗어나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오늘도 나는 풍경을 담으러 나가보려 한다. 때로는 사람이 줄 수 없는 위로를 주기도 하는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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