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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an 13. 2021

퇴사를 앞두고

기대와 두려움, 설렘과 불안 사이

20년 12월 연말, 팀장님과 면담을 하던 중 퇴사를 선언(?)했다. 사실,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던 부분이었지만 퇴사를 얘기하게 된 날에 퇴사를 선언할 계획은 아니었다. 다만, 면담을 하면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인재상이 도저히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이었기에 여기서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렇다 할 용기가 없어 꾹꾹 눌러왔던 사표를 던지게 해주 면담이어서 고마웠다고 표현해야할까 싶기도 하다.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분이 나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시며 해주신 말씀이 있다. 바로 어딜 가서든 처세술은 배우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그 당시에 되게 멋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스물일곱, 첫 인턴생활의 시작이었던 나는 그저 지레짐작 할 뿐이었다. 시간이 좀 흘러 서른 하나가 된 지금에서야 세상의 쓴맛을 맛보며 '아 그런 의미였구나' 생각했고 정말 어려운 것을 말씀하셨구나 싶었다.


지금 다니는 조직도 '처세술'을 어느 정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대표의 눈에 '잘'보여아 한다. '네'라고 반응하면 충성스런 팀원이지만 '어,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면 불평 불만이 된다. 전자는 '의견'이고 후자는 '불평 불만'이 되는 곳. 이곳에서 나는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따라가야 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업무 이외의 것들이 대다수였다. '성격이 이러니 고치자, 태도와 마인드가 저러니 고치자', '실수는 한 번이상 반복하면 실력이다.' 등등 사람이 아닌 마치 로보트처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치려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힘들었던건 정작 본인은 직원들에게 말하고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술선수범이 전혀 되지 않는 본보기랄까.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더 이상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감당해야하기에 책임감'은 생겼지만, 바르게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누군가의 도움과 조언을 얻을 수 없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해서 버티고 견뎠는데 더 이상은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멈추기로 했다.


2년을 3개월 앞두고 멈추기로 하니 '2년 더 채우지 그랬어' 라고 모두가 말하지만 2개월 동안 이직 준비를 해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내가 더 살아있고 성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곧 3번째 직장에서의 삶을 마무리 한다.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취업이 어려운 이 코로나 시대에 사표를 던지고 언제 다시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또 단단해질 나를 기대한다. 경험해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오랜만에 백수의 삶을 맞이하려니 벌써부터 그 모습이 그려지진다. 좀 멈춰서서 앞으로를 위해 점검하고 정말 더 잘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찾아 또 걸어가야겠다. 아, 퇴사라니.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잘했다.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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