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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28. 2020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백화점에 거대한 메리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있는걸 봤다. 분명 귀에서는 캐롤이 흐르고 있었는데 10월의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 거대한 빨간 리본의 merry chisrtmas 장식이 왜 이렇게 뜬금없이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사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나는 굉장히 유난스럽다. 10월부터 캐롤을 슬쩍슬쩍 듣기 시작한다. 친한 친구 중 누군가는 '이제 시작된거니' 라고 묻기도 하고, 누군가는 '10월부터 캐롤 듣다니' 늘 새로워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기도 듣고 있다며 캐롤 리스트를 보내오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여러 이유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오죽하면 어렸을 때 부터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온갖 영화를 섭렵하며 뉴욕에 가는게 꿈이었겠나. 


그런데, 그런 내가 오늘 아침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서 '뭐야 저게' 하다니. 시간이 흘러 어떤 것에 대한 설레임이 줄어드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만큼은, 생일만큼은, 어떤 기념일에 즐거워하는 마음은 잃고 싶지 않았는데. 내 동심 어디갔니 내 동심!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런데 때마침 이런 내 마음늘 알았다는듯이 동료가 20분이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브라우니 믹스를 가지고 와서 만들어 먹자고 하는거 아닌가. 다 큰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열심히 돌아가며 믹스를 저었다. '누구 반죽이 더 잘됬네, 안됬네' 하면서 이상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만든 브라우니는 다행히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믹스를 가지고 온 동료는 종이컵에다가 그림을 그려서 주고 싶은 사람에게 케잌을 담아 주자는 제안을 했다. 이유인 즉슨, 예전에 누군가 그림을 그려 종이컵에 무엇인가를 담아줬는데 특별하게 느껴져서 버리지를 못하겠다는 거였다. 그림과 너무 거리가 먼 나지만 받는 나름의 의미를 담아서 주자는 동료의 제안에, 나는 삼색볼펜을 돌려가며 열심히 그림을(낙서에 가깝다.)그렸다. 아무리 내가 그렸지만 보면서 헛웃음이 났다. '이것도 그림인가...' 싶었고 한 편으로는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마치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은 느낌이랄까. 


돌아오는 일요일이 11월 1일이고, 곧 연말이다. 코로나 코로나 하다가 다 흘러가버린 것 같은 2020년. 남은 두달도 앞날이 코로나와 함께 흐린 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가며 찾아와 정신없이 흘러가겠지만(아니길 바란다.) 때마다 따로 또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갈거다. 축하 할 일도 많고, 기념할 일도 많은 연말, 조심스러우니 매우 조심스럽게, 나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남은 두달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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