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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19. 2020

#65 편안한 옷

내 몸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자리

셔츠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왜 이렇게 어깨가 넓냐, 남자보다 더 넓네?'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어 너무 콤플렉스였던 이 넓은 어깨를 사랑하게 된 것도 어쩌면 셔츠를 입었을 때 핏이 예뻐서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딱 붙는 옷보다 편하게 걸치고 활동할 수 있어서 좋은 것도 있다. 아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하얀 셔츠에 검정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일하는 멋진 커리어우먼 되고 싶은 로망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다른 옷들보다 가장 입었을 때 멋져 보이고 나스럽다.


여성스럽게 치마를 입어라는 말도, 남자같이 어깨가 넓냐는 말도 이제는 나에게 전혀 생채기를 내지 못한다. 물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말에 따라 불쾌하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내 취향과 기준이 어느 정도 확고해졌기 때문이고,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나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를 스스로 알기에 지금보다 더 예민했던 예전만큼이나 남의 말에 쉽사리 요동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옷 입는 것까지 남 눈치를 볼 일인가 싶다. 나는 오늘 가장 좋아하는 셔츠를 입고 내 멋에 취해 열심히 일하는 커리어우먼 행세를 하며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입든 나답게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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