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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18. 2020

#64 흘려보내거나 남기거나

휴대폰을 처음 갖게 된 중학교 2학년 때 즈음부터 지금까지 사진 찍기를 멈췄던 적이 없다. 가지고 있는 1Tb짜리 외장하드를 들어가 보면 나의 어린 시절, 학창 시절 모습,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의 사진들까지 모두 다 있다. (판도라의 상자다, 여는 순간 여럿..) 그리고 대학생을 지나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늘 기록하고 남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찍사다. 조금 유난스러운 찍사.

왜 이렇게 사진을 좋아하게 됐을까, 나도 이쯤되니궁금했다. 한 번도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것들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라 나에게도 묻고 싶었다. 그리고 찾은 나름의 이유는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둘 수 있어서'다. 그냥 가만히 내러 버려 두면 흘러간다. 아름다운 풍경도, 소중한 만남도 그 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히고 지워진다. 그런데 사진으로나마 그 날의 풍경과 사람과 함께한 순간을 잡아두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고 되새길 수 있고 추억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흐릿해진 그 날의 기분과 느낌, 감정들까지 새록새록 살아난다. 그뿐인가. 지금은 연이 닿지 않지만 한 때나마 함께 했던 이들, 보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사진으로나마 마주하며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 용기가 나면 안부를 묻는 것까지 나아가게 되고. 그렇게 잊혀진 인연은 또 다시 새로운 인연이 된다.

시간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 사진은 나에게 그 두 가지를 붙잡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다. 그리고 사진 덕분에 소소한 일상을, 사람을, 자연을 더 관찰하게 되고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는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위로를 얻는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늘 새로움을 선물해주는 사진을 나는 멈추지 않을 거다. 더 많은 기록들을 남기며 신이 주신 많은 선물들을 감사히누리며 살거다. 즐거운 주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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