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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31. 2021

월요일 아침, 7시 27분

제주에서의 기록

1. 제주의 아침, 어느덧 3주 차를 꽉 채우고 4주 차로 넘어가고 있다. 오늘은 6시 38분, 몸이 알람을 울렸을 때 더 머무르지 않고 일어나 인스타를 아주 잠시 훑고 말씀을 읽은 뒤 옷을 갈아입고 마당으로 나왔다. 이곳의 아침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2. 스트레칭을 하고 팔 벌려 뛰기 60회를 하고 들어왔다. 소요시간은 30분. 어제 먹은 음식들이 소화가 약간 되는 기분이고, TMI이지만 낯선 이들과 함께 있으며 화장실을 자주 못 가기도 하고 배에 가스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인데 이 아침 시간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허용하게 해 준다.(?) 푸하하하 

3. 어쨌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시원한 얼음을 넣은 탄산수를 한잔 마시면서 제주의 푸릇푸릇한 기운을 느끼며 앉아있는 이 식탁은 참 마법의 식탁이다.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게다가 긴 원목 테이블 위로 햇살이 비치고, 눈 앞으로는 마당에 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펴있다. 사실 이 풍경이 내가 아침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4. 내가 한 달 살이를 하는 동안 이곳에 많은 손님들이 오는데 오고 가며 사람에 따라 나눠지는 주제가 참 다양하다, 일, 육아, 꿈,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시시콜콜할 삶의 이야기들이 서로 버무려지는 이 공간과 시간이 참 신기하다. 낯선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열려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는데, 이 공간을 내어주는 부부들의 따뜻하고 편안한, 가식 없고 꾸밈없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5.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잘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힘들어하고, 윗사람이라고 예의를 갖추려 하는 모습을 너무 불편해하시고 그냥 '친구'가 되길 원하시는 이 분들을 보면서 그들이 살아온 삶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사람을 알아가고, 그 사람을 누리는 것이 행복이고 기쁨이라고 말씀하시는 분 옆에서 '내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늘 내가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일지 묻고, 어떻게 하면 내 가치를 올려야 할지를 고민하던 나에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말씀해주시는 분 앞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는 소중한 존재다. 80억 명의 지구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교훈 아닐까.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남도 귀한 줄 알 테니까. 

6. 어쨌든 이곳에서 예상대로라면 마지막 주의 아침을 맞이한다. 한 달을 꽉 채우고, 그 뒤의 시간은 잘 모르겠다. 이제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고 노는 게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하고 싶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볼 만한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마음은 계속해서 쉬어가되, 몸은 조금씩 움직여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 무엇보다 운동을 많이 안 해서 살이 많이 쪘는데 땀을 미친 듯 흘리면서 운동을 하고 싶다. 해안도로 달리기를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아쉬울 것 같으니까! 올레길 걷기, 내일 도전해봐야겠다. (또 이렇게 즉흥적인 계획이 생겼다. 하하하) 

7. 간단하게 기록을 하고 나서도 7월 39분이다. 시간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난 또 이렇게 아침을 일찍 시작해서 오후가 되면 피곤해하겠지! 하지만 괜찮다. 나는 오후의 시간보다 아침의 이 개운한 시간이 너무 좋으니까! 오예! 이번 한주 동안 펼쳐질 새로운 시간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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