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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n 06. 2021

6월 5일, 재즈와 함께한 밤

얼마 만에 공연이었을까. 코로나로 공연계가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1년에 한 번은 꼭 큰 공연을 가서 즐기는 편인데 작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작은 규모의 공연도 찾기가 어려웠고. 

그런데 제주를 떠나와서 재즈바, 재즈 펍이 있을 것 같아 찾아봤더니 마침 '마담 나탈리 소셜클럽'이라는 협재 근처의 클럽이 있었고, 또 마침! 공연이 있었다. 누군지 잘 모르더라도, 그냥 '재즈 공연'이라는 것에 꽂혀 예약을 했다. 

전날, 아름다웠던 제주 노을을 보고서 어제저녁도 아름다웠으면 했다. 아름다운 하늘 아래에서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하늘은 붉은 노을빛을 띄었다가 보랏빛으로,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나는 그 풍경과 함께 오랜만에 정말 좋아하는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멋진 연주에 얹힌 목소리가 얼마나 굵고 힘 있고, 때로는 온화하고 따뜻했던지. 함께 간 언니 말로는 마치 스페인? 포르투? 에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사실 둘 다 스페인과 포르투를 가보진 않았지만 이국적인 풍경에, 클럽의 분위기도 굉장히 tv에서 나왔던 스페인, 포르투에 있을 법한 펍의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외국 사람들과 함께 본 공연은 말해서 뭐하나! 너무 멋졌고, 제주에서의 시간을 참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행복하고, 황홀하다'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진짜, 음악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그냥 가만히 노래를 들으며 뚫어져라 건반을 쳐다보기도 하고, 흥에 겨워 주체하지 못하는 보컬의 춤도 슬쩍슬쩍 구경하고, 주공연을 함께 하는 관객들도 쳐다봤다가, 붉어지는 노을을 관람하기도 했다가. 볼 것이 너무 많아 행복했던 어느 날이다. 

여행을 할 때마다 공연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얼떨결에 찾아가게 된 이곳에서의 공연도 완벽했다. 계획하지 않았는데 꼭 한 번쯤은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올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문득 혼자였으면 참 심심했을 이 여행에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득 고마웠다. 나는 지금 매일같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여행, 독립을 추구하면서도 철저하게 타인에게 의존해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했던 어젯밤. 누군가 제주에 머무르고 있다면, 재즈와 술을 좋아한다면, (술은 꼭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한 언니와 나는 술을 못 마셔서 맛있는 요리 두 개와 스프라이트와 탄산수를 마셨으니까. 하하하) 매주 토요일에 공연이 있는 '마담 나탈리 소셜클럽'이라는 이곳을 꼭 가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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