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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l 03. 2021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남


2년 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던 2021년 5월, 온전한 쉼이 필요했던 나는 제주로 떠났다. 퇴사와 동시에 재취업을 생각나게 만드는 서울, 몸은 쉬고 있지만 괜시리 눈치보이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고향집을 떠나, 그저 홀로 있기 위해 떠난 제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제주에 살고 계시는 아는 목사님께 인사를 드렸다. 오픈 하우스처럼, 교제와 쉼을 위해서 집이라는 공간을 내어주신다는 것을 얼핏 보고 들어 알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어 수인자매, 오랜만이야! 잘 지내? 제주도에 한 번 와야지!"
"어, 안그래도 저 다음주즈음에 제주도 가려고 하는데, 가도 될까요?"
"다음주면 좋을 것 같아! 와서 그대의 삶을 들려줘, 그래야 더 친해지니까"!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를 드린건 1년 전 쯤이었고, 그때도 대화가 아닌 짧은 눈인사만 나누었던 사이였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사실 나에게 그때 필요했던 것은 백수인 내가 '돈을 쓰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첫번째였다. (죄송해요 목사님, 이용이 목적이었네요...) 

그리고 내 삶에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문제보다 존재가 귀하다' , '두려움에서 사랑으로'라는 메세지를 전해주셨던 분이라 도데체 그게 무슨 말일까 조금더 가까이서 그 삶을 경험하고 겪다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내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던 시기였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 할 힘조차 없었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시간이 필요하게 느껴졌다. 종교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구세주가 필요했다고 할까. 

그렇게 나는, 얼마나 머물지 모른채로 그렇게 제주로 떠나게 되었고, 제주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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