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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ug 18. 2021

오래된 것들이 소중하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가족이 있고, 나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스승님들이 계시고,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다.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만남들이라 볼 때마다 늘 애틋하고, 만나고 오면 따뜻하고 마음이 꽉꽉 채워진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살다가 이렇게 익숙한 이들을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볼 수 있는 건 서울생활 4년 만에 처음이다. 늘 일 년에 한두 번, 많으면 세네 번씩 일주일 정도 지내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갔었는데 퇴사 이후 6개월가량의 시간 동안 홀로 여행도 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며 또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또 새롭다. 일을 하지 않음으로 생긴 시간에 나는 또 다른 시간을 벌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맞나? 너무 노는 것 아닌가?' 괜스레 또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질 때 즈음 누군가의 글을 봤다.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엄마와 밤마다 걸으며 산책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는 않지만 '엄마와의 시간을 벌고 있다'라는 글이었다. 


생각해보면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인 시간이라는 가치를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온전히 누리는 것, 그것 또한 앞으로 달려 나갈 나의 삶의 모든 순간들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친구들과 스승님들, 그리고 가족들과 소소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8월까지만 있다가 돌아갈거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올라가기 싫다.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 가족의 품이 아직 좋은 서른 하나다. 대충 먹어도 엄마 밥이 좋고, 심심해도 고향이 편하다. 이번에 다시 올라가면 꽤나 많이 외로울 것 같다. 아쉽지 않게 많이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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