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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01. 2022

아쉬움이 느껴져 감사했던 시간들

시작과 끝

9월에 시작된  하나의 여정이 어제부로 마무리되었다. 정확히 7개월이었다. 처음에 이곳에 가기로 결정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었다. 한참 '브랜드, 브랜딩' 관련 콘텐츠를 많이 보고, 관련 책도 읽었던 터라 필드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아 한번 경험해보자 싶었고, 그렇게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감사하게 허접한 이력서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주셔서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을 쌓을  있게 되었다.

9월부터 3월까지 작성한 업무일지를 꺼내보는데 정말 다양한 일을 했었다. 뭉텅거려서 보지 않고 하나씩 뜯어보니 '내가 이런 것도 했구나'싶었다. 9월에는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있게  지금이 신기할 만큼 그때의 나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연속이었다. 실수하고,  실수에 실망해서 자책하고, 겁도 많고 두려움이 많아 무슨 일을 시키면 '  있다' 아니라 '  있을까'라는 생각에 겁을 먹기도 했다. 처음은  그렇듯, 어설프고 겁부터 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있었던  함께 하는 멋진 동료, 사수, 리더분들 덕분이었다.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누구 하나 망설일  없이 먼저 나서서 도우려고 한다. 물론, 본인이 해야  업무가 너무 급하면   없는 것이지만 대게는 함께 해야  일을 빨리 해내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보는  인상 깊었다.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있어서 자유롭다. 누구의 생각을 평가하거나, 제한하지도 않는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모습에  나의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운 나는 망설이기 일쑤였다. 괜한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하는 생각이 왔다 갔다 하던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새로운 인사이트가 되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성장을 응원한다. 그런데 일도 일이지만 내가 가장 많이 배우고 느낀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일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였다. 이제까지 내가 일을 대했던 태도가 너무 부끄러웠고, 나의 생각과 마인드가 너무 부끄러웠다. 적당히, 그리고 편하게. 내가 추구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한계를 스스로 제한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처음 하는 일들을 해내기도 하고 실수하면서 배우기도 하면서 '일은 결국에는 태도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배웠다고 해서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나의  습성과 관성에 의해 회피하고 싶은 부분들을 회피하고, 어려운 문제는 떠맡기 싫어하기도 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  있을까 저걸?' 하는 걱정이 앞서는 나이지만. 그래도  반대의 것들을 마주하고 나니 '저렇게도   있구나'하는 배움을 얻었다고 하면 말이  될까.

사람이 변화하고 싶다면 3가지 중에 하나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 공간, 아니면 습관.  공간과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부족하게 여겼던  같기도 하다. 뭐랄까, 내가 닿기엔 조금 멀어 보여서.

그런데 7개월이 지나고 나니 그래도 어느 정도. 아주 조금이나마 옷자락에 물기 튀듯, 그곳에서의 시간들이 나의 어떤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32년을 살아온 삶이 7개월간의 시간으로 변화하지 않겠지만, 좋은  보고 듣다 보면 좋은 것들을  것으로 만들고 싶은  사실이니까.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간절하면 노력하겠지. 나아지고 싶으면, 나아가기를 선택하겠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감사했다. 마지막에 '(, 드디어 끝났다!) 안녕히 계세요!' 아니라, ' 놀러 올게요'라며 인사를 건넬  있어서 감사했다.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 생전 처음 써보는 분홍색 고깔모자를 머리 위에 얹고서 (쓰고 아니고 얹고)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땅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앞에 서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인사를 건넬 차례가 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왼쪽 편에는 언젠가 나의 성장을 응원해주셨던 , 잘하고 있고 잘할  있다고 응원해주었던 ,  자비와 인내로 나를  이끌고 와주었던 분들이, 오른쪽에는 나에게  기회를 먼저 제안해주었던 언니가 서있었다.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스윽 보자마자 한마디를 떼기가 무섭게 울컥하는 마음에  또한 당황스러웠는데, 왜 그랬을까. 마스크 위로 보인, 너무 초롱초롱했던 사수의 눈빛이 울컥함의 시발점이었나? 껄껄. 언젠가 어딘가에서 애써 웃으며 마무리했던 것을 생각하면, 울컥함과 아쉬움으로 마무리할  있어서 사한 마음.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여정이 3월에 끝난 기분이다. (있을  잘하지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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