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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pr 18. 2022

매일의 일상에
생각이 전환이 필요한 이유

무소속 라이프의 일상 기록

4월 18일 월요일 아침, 어딘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소속되어있는 나는 늘어지기 전에 집 앞 카페로 나왔다. 요즘 같은 시기에 주말과는 다른,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에 집에 혼자 있다 보면 일단 늘어지고, 무엇인가를 '힘차게 시작할 의욕'이 생기지도 않고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몸을 집 밖으로 꺼내놓는다. 

돈을 벌지 않는 시기에 돈을 아끼려면 집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놓고 집에서 글을 쓰고 취업준비를 하는 게 맞겠지만, 집은 집이라서. 조금만 있으면 눕고 싶고, 조금만 있으면 딴짓을 하고 싶어 지기 때문에 일단 나온다. 물론 정말 커피 사 먹을 돈도 없을 만큼 가난해지면(?)..., 집에 있기를 선택하기보다 어떻게든 돈을 벌겠지, 뭐. 하하하 


일단 아침 하루의 시작은 잡코리아, 사람인 등 구직사이트를 열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정말 슬픈 것은 '당장에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상반기 공채가 하나둘 뜨다가 곧 사라질 텐데.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급할수록 천천히 살아가야 하는데, 급하게 이직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불안함과 조급함은 나를 채찍질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채찍질은 필요하다. 아니면 영영, 기한이 미뤄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조급하면 일을 망쳐' '돈이 궁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등등 지인들로부터 종종 들은 이야기다. 물론 나도 심히 공감하는 바다. 마음이 조급하고, 빨리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서다 보면 '가고 싶지 않은 곳,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애매한 일'을 선택하게 될 경우가 높다. 그런데 지금 일을 다시 시작한다면 2-3년은 계속해서 몸을 담을 곳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섣불리 아무 곳이나 두드릴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 것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7월까지의 생활비는 보장된 셈이다. 시 시간을 벌었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다음 스텝이 달라지겠지.  

지금 내가 매일의 일상에 할 수 있는 것은 언제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채가 뜰 수도 있으니 매일 아침 구직사이트를 한번 훑어보고, 가고 싶은 곳이 없다면 나의 포트폴리오를 계속해서 정리해나가는 일이고, 두 번째는 건강한 나의 내면과 몸을 가꾸는 일이고, 그 모든 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을 관리하는 일이다. 

주 5일 혼자 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문득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다. 지금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의 가고 있는 길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초라하게 여기게 될 때도 있고, 몇 년 동안 이곳저곳을 경험하느라 올리지 못한 나의 연봉을 보며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어느새 결혼을 하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언제쯤 저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괜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너무 멀어 보이기도 하고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고. (눈물 또르르) 마음이 가는 대로 다양한 경험을 쫓아다닌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발견한 가장 큰 수확을 얻었으나 서른둘의 나이에 아직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쓸 수 있는 경력이 1년 10개월. 2년도 아닌 1년 10개월이라는 이 애매한 경력이라는 것이 괜시리를 나를 작아지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 모든 생각이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싶었다. 나에게? 남에게? 세상에게? 세상은 나라는 사람을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고 생각하면 결국 모든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갉아먹는 생각'들일뿐인 것이다. 자기객관화과 가끔 필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상황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오래 지속되어 나로 하여금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방해한다면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싶고, 그럴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살아가는 삶을 들여다보느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래야 지만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퇴사한 회사의 팀장님이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조이님(영어 이름)에게 생각의 전환이 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라는 말. 이 말 한마디는 내가 일을 하며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맞닥드렸을 때 모든 상황을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바꿔주었고, 남은 계약기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못 할 것 같다'가 아니라 '일단 해보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 '안될 것 같아요'가 아니라 '되게 만들어보자'라는 생각. 부정과 우울을 선택하는 일과 희망과 열정을 선택하는 일이 주는 그 차이점은 엄청나게 크지 않나.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나로서 그 효과를 알기에 이렇게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을 겪기보다 지난 경험을 차근히 정리하고, 또 그 시간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멈춰있는 시간에 잘 정비하고 가꾸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가야 할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고 또 나에게 필요한 시기이기에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면. 홀로 있는 연습이 아직 되어있지 않은 내가 나로 오롯이 설 수 있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살이처럼 살던 내가 3년 뒤, 5년 뒤, 10년 뒤를 그려보며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한 우물만 파지 않아 전문성은 떨어질지도 몰라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할 수 있는 것들과, 넓어진 시야가 필요한 어느 곳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마냥 널브러져 나의 처지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갈고닦는 시간으로 보낸다면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우울감에 빠져 있는다고 해서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시간이 흘러갈 뿐, 오히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다 보면 불안은 높아지고 더욱더 조급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4월 18일, 새로운 월요일을 시작하며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 본다. 다시 한번 나의 흐트러진 생각을 붙잡고 주어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모두가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속도가 빠른데 방향을 놓치고 살아갈지언정, 조금 느리더라도 하나둘 나의 삶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아를 외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오히려 좋다. 좋은 계절에 사무실 밖에 있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채워 넣는 시간으로, 나를 정비하고 새로운 발돋움을 하는 시간으로 잘 가꾸어 놓기를. 혹여나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내는 이들이 좌절감이나 무력감에 넘어지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성취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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