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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y 20. 2022

어떤 걸 누리면서 살고 싶은데?

생일이 4일이나 지난 어제, 생일파티(?)는 계속되었다. 친한 동생과 함께 오랜만에 만났는데 매일 가는 바다 근처에서 밥을 먹고 카페를 들렸다가, 저녁 드라이브로 '광안리 갈까?'라고 던져주는 동생 덕분에 늦은 밤 광안리로 향했다. 


차도 없는 나지만, 좋아하는 힐링타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드라이브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아빠 차를 타고 많이 돌아다닌 영향도 있고,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지에서 드라이브하며 노래를 듣는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산 기장에서 해운대를 지나 광안대교를 타고 광안리로 넘어갔다. 밤의 야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내가 알던 광안리가 이런 모습이었어? 할 만큼이나 반짝거렸고 화려했다. 차에서 내려 모래사장을 밟고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데 5월의 밤공기와 바다의 조화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또 완벽했다. 선선하고 시원한 바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람을 바다를 마주하고 누릴 수 있어서 온전히 쉬어갈 수 있었다. 모래사장에 앉아 잠잠한 물결을 바라보기도 하고, 시원한 파도소리도 듣기도 하며 가만히 앉아 누렸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하게 담았다. 나중에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 꺼내보면 이 기분 좋음이 그대로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어서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가끔 볼 수 있는 바다이지만, 20대 초반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을 때면 늘 왔던 익숙한 곳이다. 그래서 더 그립고, 올 때마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걸어와 광안리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과제를 하고(반은 수다였지), 놀기도 했던 추억이 가득한 곳이라서. 이곳에 오면 지금보다 마음이 가벼웠던 20대에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과연 그랬을까? 시간이 흘러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지?) 


야경이 잘 보이는 루프탑 카페를 가서 다양한 모습으로 광안리를 즐기고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 한편에는 '그래,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시간을 살아가는데. 왜 나는 나의 시간에 그렇게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시간을 살고 있고, 남이 어떻게 살아가든 내 중심이 바로 서있다면 휘둘리지 않을 텐데 말이다. 늘 내면의 건강의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달릴 때는 모르다가, 쉬어갈 때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 늘 내가 연습하는 것 중의 하나다. 시선을 외부로 향하지 말고, 나에게로 두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그것을 가까이하며 살아가는 것. 그중에 하나가 '바다'라서, 언젠가 나는 부산에 내려와서 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다시 서울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빡빡해진다. 물론, 서울에 가면 또 누구보다 그 서울을 잘 누리며 살아가겠지만. 


어쨌든, 어젯밤 아끼는 동생 덕분에 누리게 된 완벽함 밤의 시간이었다. 고 맙 게 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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