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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n 01. 2020

#6 올 해의 여섯 번째 여정


누군가 터널을 지날 때 빨리 나오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 시간을 잘 지나가도록 가만히 기다려주는 일, 필요하다 찾을 때 시간을 내어주는 일, 서로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가기로 선택하는 일, 너무 오래 정신을 못 차린다 싶을 때면 냉정한 쓴소리를 건네는 일, 이 모두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야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아닌 길로 간다 싶을 때에는 '그래 갈 때까지 가 봐라 어디 한 번'하고 못 본 체 할 수 도 있지만 그래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면 쓴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말하는 사람도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듣는 사람도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서로에게 참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나가면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배려와 존중이 담겨있다면, 나 편하자고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라면 그렇게 오가는 대화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더 좋은 친구가 되어가는 일이라는 것도 배워가는 중이다. 어디에서든지 쓴소리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건 참 슬픈 일인 것 같다. 

때로는 용기가 없고 두려워서, 때로는 너무 게을러서 하지 못할 핑계만 찾을 때,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싶을 때 누군가 스쳐가듯 던진 한 두 마디가 고여서 썩어버린 생각들을 털어내고 좋은 방향과 생각으로 다시 나를 돌이켜준다. 조금 쓰기도 하고 어쩔 땐 엄청 아프기도 하지만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들은 대로 한 번 움직여 볼게 될 때 잃는 것보다는 득이 된다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배운다. 


어느덧 올해의 여섯 번째 여정. 여정이라는 말이 참 좋은데, 참 더디고 느리지만 이게 나의 속도라면 
그 속도를 인정하고 조금 느리고 돌아가더라도 가야 할 방향을 놓치지 않고 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신뢰를 놓치지 않기를, 6월을 시작하며. 정신을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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