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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n 02. 2020

#7 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내가 하루 중 정말 표정은 제일 없지만 좋아하는 시간이 있다면 출근길 버스 안이다. 이동하는 시간만 50분 정도가 되는데 그때 어떤 노래를 듣느냐에 따라 하루의 마음가짐이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해서 하루를 시작하며 참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여하튼, 주로 듣고 싶은 노래를 들으며 책을 간간히 읽거나, 새로 들을만한 노래가 없는지 물색을 하고, 그리고 종종 좋은 노래가 있으면 출근하는 이들, 취향이 비슷한 이들에게 공유하고, 또 공유받기도 하는데 그 시간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눈도 무겁고 몸도 무거운 그 시간에 공유를 빌미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문득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 있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좋아할 줄 알았어' 등등의 말이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다는 말은 당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할 수 있는 말이라 몇 마디 안 되는 말인데 그게 참 기분이 좋다. 서로가 서로에게 떠올려지는 사람이 되어가는건 늘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늦은 밤처럼 어두컴컴한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친한 언니가 공유해준 노래 덕분에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나는 그 노래를 또 내 친구들에게 보내고, 또 친구가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한다. 좋은 것은 돌고 도는 법. 그뿐인가, 나보다 더 할머니인 친구가 새벽 6시 30분에 보낸 '수인아 6월도 파이팅' 이라는 안부인사 덕에, 어제 저녁, 친한 동생이 내 글이 실렸으면 좋겠다며 보내온 잡지를 읽으러 갈 생각에 아주 기분이 좋다. 그 잡지의 목차가 참으로 내 스타일이여서 더욱 더. (설령, 건네준 노래가, 추천해준 책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자기에게 가장 좋은 것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니 그냥 그 행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득 어제의 친한 동생과의 대화가 생각나는 아침을 보낸 후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누군가에게 떠올려지는 사람이라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고.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말이 참 거창해 보이지만 일상을 잘 들여다보면 사랑받고 사랑하는 순간들이 곳곳에 있는 듯 하다. 그 순간들을 잘 발견하고 누리고 또 사랑하며 사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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