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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Aug 26. 2020

#15 기분 좋은 대화

남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

어제저녁, 8월 25일. 친한 동생을 만났다. 동생이 카페 일을 마치고 마감할 때 즈음에 맞춰 서브웨이 두 개를 사서 들렸다. 늦은 생일선물을 전달할 겸, 얼굴도 볼 겸. 사실 일주일, 이주일에 한 번은 꼭 보는 친구라 그냥 이렇게 만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할까.


마감된 카페에서 식사를 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성격, 그리고 나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보다 자기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고. 그런데 이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그런데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서 그게 고민이라 느낀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자기중심적이라기보다는, 자기의 주관과 줏대가 확실한 친구라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친구와는 반대로 타인의 의견과 상황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순간순간 동생의 말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맺고 끊음이 너무 확실하달까. 그것은 다름에서 올 수밖에 없었던 차이였다는 것을 어제의 대화로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런 성격적 차이를 떠나서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함께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이 많았기에 서로를 알아 갈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친구를 알게 된지는 이제 겨우 2년이 다 되어갈 뿐인데, 요즘 말로 '찐친'이다. 늘 연락하고 지내지만 연락이 안 닿으면 궁금하다가도 또 잘 살고 있을 거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친구.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어제의 대화에서 느낀 게 있다면, 대화는 '나와 너'의 이야기로 가득 찰 때 남는 게 있다는 것이었다. 험담을 하거나, 그 자리에 없는 남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건 딱히 대화의 주제가 없을 때, 서로 잘 몰라서 겉만 뱅글뱅글 돌 때의 얘기다. 그런데 그런 대화를 하고 나면 늘 기분이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잠시 잠깐 재미를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유쾌하지도 유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제의 대화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모처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서인지, 그 친구에 대해 더 알게 되서인지, 나의 얘기를 전해서인지 기분 좋은 무엇인가가 남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나와 너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남 얘기, 남 욕을 하느라 테이블 위에서 열변을 토하기보다 나와 너의 삶에 대해 나누어야겠다고. 그렇게 깊이 있는 만남을 누려가야겠다고.


기분 좋은 밤을 지나 다시 출근길에 글을 쓴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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