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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Sep 07. 2020

#23 나를 살린 말 한마디

왜 방황이라고 생각해?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올해 초에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잘 살고 있는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혼자 꾹꾹 참고 눌러왔던 푸념을 늘어놓았을 때 누군가 건네주었던 말. '왜 이걸 방황이라고 생각하냐고, 이 시간도 다 이유가 있고, 뭐든지 다 때가 있는거라고, 해야 할 때가 되면 하게 될거고 해야겠다 싶으면 하게 될거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려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라' 고 했던 말. 비껴나가 있던 내 시선을 바로 잡아주었던 그 말.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었던 그 말, 피도 눈물도 없는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는데,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선명히 남아 오늘의 나를 견디게 한다. (말이라는게 참 그렇다. 누가 하느냐, 어떤 마음으로 건네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영혼없이 던졌던 수 많은 나의 말을 돌아보며 반성.) 그리고 잠시 멈춤의 시간이 그저 방황이 아니라 아주 길고 긴 여정의 일부이고, 다시 방향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라고 마음을 다 잡는다. 아닌건 아닌거라고, 뒤돌아보지 말자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그리고 용기를 내서 걷는 걸음들을 따라서 나도 걸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우씨, 다댐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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