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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Dec 26. 2022

04. 최악의 첫 만남

Quebec, CANADA

빨래도 진짬뽕도 먹지 못한 밤이었다. 10시가 되기 직전에 도착해야 했을 기차는 12시가 다 되어 퀘벡에 도착했고, 퀘벡 안에 3개나 있는 기차역 중에 제일 마지막에 있는 정착지가 나의 도착지였다.


오타와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포옹을 하고 서로를 반긴다. 많은 짐을 가지고 숙소를 찾으며 헤맸다. 추운 날씨에 핸드폰 충전도 안 됐고 지도에서도 나의 위치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눈 때문에 택시는커녕 제설차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오르막을 올랐고 그 끝엔 백개는 족히 되는 계단이 보였다. 영하 10도는 되는 추위에 땀이 흘렀고 많이는 아니었지만 종종 보이는 노숙자들 때문에 긴장이 더해졌다. 눈이 쌓인 계단에 조심조심 한 걸음씩 발을 옮겼는데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지쳐가기 시작했다. 저 중간쯤 쉬어가야지 했는데 쓰레기 더미인줄 알았던 형채는 노숙자였고 그를 지나치고는 더 빠르게 쉴 틈 없이 숙소에 도착하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고 정말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는 또 오르막을 올랐다. 퀘벡은 샌프란시스코만큼 언덕의 도시라고 불릴만한 도시였다.


숙소에 거의 다 와갈 때쯤 더 심해지는 눈바람과 언덕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저 앞에 나를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는 울음소리에 그녀도 놀랐는지 나를 흘끔흘끔 보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그녀의 행동에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 눈물과 땀방울이 함께 흘렀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누군가가 간절했다. 이 눈물은 힘듦과 두려움과 외로움의 눈물임에 확실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걱정하고 있을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엄마도 많은 걱정을 했던 건지 안도의 한숨을 쉬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흠뻑 젖은 윗옷과 속옷을 세탁기에 넣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캐나다에 와서 거의 10-11시쯤에는 잠에 들었는데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2시가 족히 된 시간이었다.


내일은 눈 쌓인 퀘벡 도시가 낭만으로 보일지 몰라도. 퀘벡에서의 첫인상은 썩 별로였다. 첫날 크리스마스이브인 퀘벡은 내게 최악의 도시라 할 만큼 날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기억은 다시는 없어도 괜찮을 만큼.


아침.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나 보다. 그럴 만도 했다. 그렇게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데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으니 말이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어 분명 늦게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7시 30분 정도였다. 다섯 시에 눈을 떴던 평소보다는 두 시간이나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이 든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아무 데도 안 가고 쉴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라면을 하나 끓이고 그냥 동네나 돌다 저녁거리나 사 와서 들어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Dec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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