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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Dec 28. 2022

06. Meric

Quebec, CANADA

프랑스와 영국의 캐나다 쟁탈전에서 영국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전쟁 뒤에도 퀘벡에는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그때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해왔기 때문에 퀘벡에는 프랑스의 온기가 스며들어있다. 메뉴도 안내판도 인사도 전부 불어이기도 하고 건축양식이나 인종도 다른 느낌이 든다.


어젯밤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 괜히 와인잔에 따라 마셔서 뭔가 더 취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정말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이가 없어 우습기만 했지만 술을 하지 않기로 그와 약속을 했기에 별수 없었다. 지금까지 술을 하지 않는 게 안 좋은 점은 없었는데 여행에 오니 한 가지가 생겼다. 많은 돈을 가져오지 않아도 배고픈 저녁때가 되면 맥주 덕에 금방 배가 차곤 했는데 이제는 대용품이 없으니 돈을 더 쓸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원래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정말 푹 오래 잤다고 생각했는데 볕뉘에 눈을 뜨니 여덟 시였다. 전날 먹으려다 못 먹은 진짬뽕밥을 먹었다. 숙소에는 레인지가 없어 물을 끓여서 조리했는데 맛이 없어서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한국 음식 중에 제일 큰 음식이기 때문에 국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먹었다.


오늘까지 에어 비앤비를 쓰고 도미토리로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었다. 바깥 날씨가 어떤가 하고 잠깐 밖에 나갔더니 젠장 또 눈이 온다. 야무지게 옷을 입고 혼잣말로 가보자 끄제보단 덜하겠지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몸에 짐들을 둘렀다. 옮긴 도미토리는 다운타운과 가까운 곳으로 캐나다 전역과 북미에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큰 숙소였다. 역시나 한차례 오르막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예상을 했기 때문에 첫날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체크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나의 큰 백팩을 보고 프런트 직원은 짐을 두고 가라며 키를 건네줬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성에 가 뜻하지 않게 산타할아버지를 만났고 수많은 트리스마스 인사를 받았다.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호텔로비에 가득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허그와 볼 키스는 연신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내가 카메라를 내려놓게 만들었다.

퀘벡에 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당에서 폭립을 먹기도 했고 아깝지 않을 팁을 썼다. 음식을 먹는 도중 주방 쪽에 들어가는 한 직원이 접시를 깨뜨렸는데 어쩔 줄 모르는 그녀에게 모두들 박수를 쳐주며 휘파람을 불어주었다. 따뜻한 마음들에 식당에 한껏 온기가 더해졌다.


밤늦게 체크인한 두 명의 사랑스러운 룸메이트도 내가 외롭지 않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었다.

낭만이 가득한 이 도시가 언덕이 많다는 눈이 많이 와 미끄럽다는 이유로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점점 퀘벡에 빠져가는 밤이다.

Dec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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